거기 역사가 있었다, 카메라를 들었다
15개월동안 1만5천 컷 촬영… 현대사 비극 사진집으로 나와
- 내용
2010년 3월 19일, 카메라를 든 한 남자가 하야리아부대 녹슨 철문을 열었다.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광활한 폐허. 군인들의 땀냄새로 물컹했던 넓은 공간은 먼지바람이 서걱였고, 깨어진 보도블록을 뚫고 무심한 강아지풀만 가득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들, 남자는 카메라를 들었다. 묘한 흥분으로 숨소리가 가빠지고 손이 떨렸다. 셔터를 눌렀다. 그날 하루 그는 오백 번의 셔터를 눌렀다.
문진우(56) 사진가. 그가 하야리아 부대에 쏟은 열정과 시간은 몇 개의 단어와 문장으로 담아낼 수 없다. 2010년 3월 19일 카메라를 든 이후 2011년 4월 카메라를 내려놓을 때까지 그는 하야리아부대와 함께 살았다. 그가 하야리아부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부산시의 기록보존작업에 참여했기 때문. 부산시의 요청을 받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그가 15개월동안 받은 작업료는 200만원에 불과하다. 부산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명성이 높은 그가 받기에는 턱없는 금액. 돈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부산의 과거와 현재, 이 땅에서 사라지는 부산의 역사를 사진으로 담아온 그로서는 금단의 땅을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으로 충분했다.
사진집 '하야리아'는 치열한 작가정신과 작가의 끈질긴 의지의 산물이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동인 하야리아와 호흡해온 작가의 눈에 비친 하야리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야리아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죠. 아픈 역사를 쉽게 잊으면 안됩니다. 아픈 역사를 밀며 앞으로 나아가야 역사가 발전합니다." 사진집 '하야리아'가 지금 이 곳에 온 이유일 것이다.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4-05-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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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29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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