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부산을 속달대다… 그림·사진으로!
■ 문화현장 - 최광호 ‘해안선, 숨의 풍경’
- 내용
힘든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 터지고 갈라져 군데 군데 반창고를 붙였다. 손톱도 닳았다. 노동으로 한 평생 힘들었을 투박한 두 손으로 붉은 동백을 안아 들었다. 거친 삶의 틈바구니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애잔한 마음이 애틋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것이 부산이다.
최광호가 찍은 부산 사람과 부산의 동백을 담은 '부산'.고은사진미술관이 연례 기획으로 열고 있는 '부산 참견록' 올해 전시에 소개된 사진이 담고 있는 숭고한 미학이다.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참견록'은 매년 한국의 중견사진가들 중 한 명을 선정해 부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기록하도록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로 선보이는 10년 장기 프로젝트다. 지난해 강홍구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최광호 작가가 선정됐다.
최광호는 지난해부터 부산의 바다와 해안선에 주목해 꾸준히 작업해왔다. 기장 월내에서 가덕도에 이르기까지 걷고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그가 포착한 부산은 경계의 이미지였다. 바다와 땅이 만나는 경계, 자연과 역사가 만나는 경계, 그리고 낯선 타자인 최광호와 부산이 만나는 경계로 다가온 것. 이번 전시 '해안선, 숨의 풍경'은 이러한 경계들이 서로 어울리고 부딪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프로젝트 작업은 작가가 작업에 대한 개념 설정을 우선하는 경우가 대분분이다. 최광호는 이와 달리 현장의 살아서 펄떡거리는 순간순간을 직관을 통해 생생하게 포착해냈다. 그에게 사진은 곧 삶이고, 그에게 부산은 대상화의 존재가 아니라 삶속에서 치열하게 사진으로 만나게 되는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부산이라는 장소에 있었던 최광호는 날카로운 직관과 관찰력이 빚어낸 그의 사진들이 의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사진으로 산다는 것, 아니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의 삶과 사진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준다.
'해안선, 숨의 풍경'은 최광호만의 스타일이 부각될 수 있도록 총 세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사진과 부산바다의 샤머니즘적 요소가 결합된 '근원'이다. 최광호 타입의 포토그램으로 보여준다. '근원'에서는 부산과 부산 사람들의 민초성을 부각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두 번째 섹션은 국경일에 촬영한 사진을 중심으로 구성한 '역사성'이다. 임진왜란과 개항, 한국전쟁을 겪은 부산의 근현대사를 '사진 위로 걷는' 최광호의 프린트를 통해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은 부산의 바다와 해안선을 통해 작가는 물론 부산 사람을 만나는 '정체성'이다. 이 섹션에서는 부산 바다의 물성을 사진적으로 드러낸 작품과 셀프 포토, 거울로 자신을 비추는 부산사람들의 모습, 부산의 지도에 그림을 그린 작업을 볼 수 있다. 전시작품 300여 점.
▶ 고은사진미술관 최광호 사진전 '해안선, 숨의 풍경' 4월30일까지.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4-03-0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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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19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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