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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34호 문화관광

혼(魂)을 불어넣어 만든 꽃신, 다기…

부산박물관 ‘혼으로 이어온 맥’전

내용

혼이 있다면, 분명 이런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 같다. 전시장 안은 뜨거운 숨결이 가득하다. 금방이라도 장인의 가뿐 숨소리가 들릴 것 같다. 한 땀, 한 땀 곱게 바느질해 새치름한 매듭을 올려 곱게 장식한 비단꽃신, 어찌 저 신을 신고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 선녀들이나 신을 것 같은 고운 때깔이 눈부시다. 수염 한 올 한 올이 살아 움직이는 듯 용맹한 기세로 천하를 호령하는 사천왕상,

불화, 꽃신, 종 그리고 다기, 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네 가지 무형문화재의 멋과 아름다움을 뜻 깊은 전시가 열린다. 전시는 특히 우리 고장 부산에서 활동하는 무형문화재 장인의 혼이 깃든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가 그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화제의 전시는 부산박물관(관장 양맹준)이 기획한 ‘혼(魂)으로 이어온 맥(脈)’. 지난 17일 개막해 오는 8월25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부산시 지정 무형문화재-전승공예부분 기능보유자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무형문화재 장인 네 명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는 여는 것은 아주 드문 일로, 우리 고장 부산의 전통을 이어온 장인들의 빼어난 손맛과 깊은 미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참여작가는 부산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12호 주성장(鑄成匠) 박한종(71), 제13호 사기장(沙器匠) 고(故) 김윤태(1936~2012), 제15호 불화장(佛畵匠) 권영관(60), 제17호 화혜장(靴鞋匠) 안해표(61). 고인이 된 고 김윤태 선생을 제외한 세 명의 장인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주성장은 쇳물을 거푸집에 부어 주물을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데 특히 종을 만드는 장인은 ‘주종장’이라고 한다. 주성장 박한종 씨는 1957년 동종 제작에 입문,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쇳물과 씨름해온 지독한 고집의 장인이다. 1995년 독립기념관 광복 50주년 기념 ‘통일의 종’, 1996년 ‘부산 시민의 종’, 2005년 ‘울산시민대종’ 등 굵직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나라 종 제작의 전통기법인 사형주조 공법(마사토와 진흙으로 틀을 만들어 주조하는 방식)으로 제작해 소리가 우수하면서도 문양이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2012년 임진년을 맞아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청명한 종소리와 함께 현실감 있는 용의 모습, 섬세한 비천상이 일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사기장 고 김윤태는 조선말 대표적인 민영 자기소인 경북지역의 가마전통을 전승받았다. 작고 후 아들 김영길 씨가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1975년 고인은 자기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좋은 흙’을 찾아 부산 기장군으로 상주요를 이전했다. 상주요의 개요는 영남지역 도예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도자 제작의 전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는 전국에 몇 되지 않는 도공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망생이라 불리는 구운 흙벽돌로 전통 가마를 만드는 기술은 최고로 평가받았다. 전통적인 형태의 다완, 분청, 백자 등과 함께 현대적 기법으로 창안한 연리문(連理汶) 자기 등이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된다.

사기장 고 김윤태의 다기 세트.

불화장 권영관 씨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로 평생을 불화제작에 종사해 왔다. 젊은 시절 불교미술대전에 수차례 수상하여 대내외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작품은 부산 범어사, 삼광사, 충북 구인사, 전북 금산사 등 전국 주요 사찰은 물론 미국, 일본 등 국외까지 약 350여 점이 봉안되어 있다.

그는 경전 내용을 도상화할 수 있는 기량과 함께 각종 안료와 배접 등에서 전통적인 기법을 충실히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전국 산천에서 구한 돌을 곱게 갈아 물감을 뽑아내는 석채기법에는 일생을 바쳐 쌓은 경험과 노력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색이 선명하고 두터워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한 석채 불화를 만나볼 수 있다.

불화장 권영관의 축서사 후불탱화.

화혜장은 장화형태의 ‘화(靴)’와 고무신형태의 ‘혜(鞋)’를 만드는 장인을 통칭하는 말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안해표 씨는 부산시 사하구에 터를 잡고 평생 전통 신 제작에 종사해 오고 있다.

수십 가지의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전통 신의 제작에는 고도의 기술과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신이 전통방식 그대로 제작되고 있으며 1800년대 후반 조부와 부친이 사용했던 신발 본, 신골, 망치, 송곳 등 제작 도구도 그대로 전승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대부 관료들이 신던 흑혜, 목화 등과 함께 아녀자들이 즐겨 신은 화려한 색상과 수가 놓인 당혜 등 전통 신들을 선보인다.

화혜장 안해표의 태사혜.

부대행사로 사기그릇, 전통신 만들기, 전통문양 그리기 등 전통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행사와 무형문화재의 시연무대도 열린다. (610-7141)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2-07-1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3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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