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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문화관광

시네필의 영원한 우상 영화평론가 정성일

내용
1990년대 초 쯤입니다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대개 라디오프로그램에 열혈 추종자들이 있게 마련이듯, 이 프로그램도 그랬습니다. 정은임(아름다운 그녀는 200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아나운서를 사랑했던 이들 덕분이기도 했지만 게스트로 출연한 ‘얼굴 없는 평론가’ 정성일을 기다린 이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그는 정말 ‘최강 달변’이었습니다. 그리고 ‘아! 이렇게도 영화를 볼 수 있구나!’를 알게 해준, 아니 눈 뜨게 해 준 구원자였습니다.

정성일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 영화평론갑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잡지 <로드쇼>와 <키노>가 그의 눈과 손을 거쳤고 그의 영화보기는 지난 20년간 수많은 지면을 도배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드디어.. 그를 만났습니다.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부산에는 자주 오느냐는 질문부터 시작했습니다.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진행하는 특별프로그램 게스트로 참여하는 일이 있고 또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여하기 때문에 보통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내려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불쑥불쑥 높은 건물이 솟는 모습이 무척 당혹스럽다고……하지만 바다가 있어 부산은 늘 가슴 설레게 하는 곳이랍니다.

이 날 역시, 시네마테크 부산이 마련한 특별 해설프로그램 특강을 핑계 삼아 내려온 참이랍니다. 주제는 ‘잉그리드 버그만 3부작에 관하여’. 이탈리아 거장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스트롬볼리>를 관객들과 함께 관람하고 그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역할입니다.

“부산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지방문화는 참담한 지경입니다. 그러나 시네마테크 부산 만큼은 서울 부럽지 않습니다. 아니 더 깜짝 놀랠만한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만들고 있습니다. 시간과 돈만 허락한다면 당장에라도 내려와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될 때가 많습니다. 부산시민들이 부럽습니다.”
 

이날 시네마테크 부산을 대박 분위기였습니다

영화상영시간이 가까워지자 길게 줄을 늘어선 풍경이 어느 멀티플렉스 부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160명이 정원인 객석은 평소(30~40명)보다 2배 이상 가득 찼습니다. 역시, 정성일 파워였습니다. 특히 40대부터 60대까지 중장년들의 호응이 무척 컸습니다.

“서울에서 정성일씨의 강의를 듣고 무척 감명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챙겨서 나왔습니다.”(영화사랑이 남다르다는 아름다운 중년 길영미씨·연제구 연산동)

“정성일씨 알죠! 일부러 찾아 왔습니다. 시간이 없어 도시락 먹고 들어가서 보려구요”(챙겨온 도시락과 컵라면을 오순도순 나눠 드시는 모습이 ‘아름다운 연인’ 그 이상의 부러움을 느끼게 한 유재인·신정희 부부·남구 문현동)

“예술과 문화, 영상을 전공하고 있는데 과제 때문에 왔습니다.”(거침없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신세대 대표다운 유우진씨·부산대학교 예술문화영상학과 2학년)

이처럼 영화를 보는 이들이 대개 젊은이들일 거라는 고정관념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진정한 시네필(영화 애호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시네마테크부산에 대한 정성일씨의 사랑 또한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시네마테크도 똑 같은 극장입니다. 다만 이 곳에서는 고전영화가 상영이 된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진정 그 예술이 진품인지, 아닌지는 대중이 얼마나 알아주느냐로 판가름 나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시간입니다. 시간을 통과해 살아남아야만 진정한 예술입니다. 그 진품을 만나는 곳이 시네마테크인 겁니다.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의 도시가 아니라 1년 365일 시네마테크가 꽉 찰 때 비로소 부산이 영화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역시 따가운 지적입니다.

그러나 평론가 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에 감독(정성일은 드디어 <카페 느와르>라는 작품으로 감독에 데뷔했습니다)이기까지한 영화인 정성일에게 영화도시 부산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목받을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지요. 물론 감독 각자의 역량도 있겠지만 이렇게 빨리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성과를 낼 수는 없었겠지요. 또 부산국제영화제는 서울중심의 영화문화를 전국적인 붐으로 만드는데 전진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이건 부산과 관련된 매체와 하는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평가를 받고 있고 그것에 대해 망설임 없이 기꺼이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덧붙여 영화도시 부산이 앞으로 가야할 길도 조언해 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텁니다. 내년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이전을 하고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이 올해 개관을 합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만 커져서는 서울이 범했던 우를 부산이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영화를 함께 나누면서 좀 더 풍요롭게 나눌 것인가. 그 시험대가 내년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그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시네필이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되는 그 때를 보고 싶습니다. ”
 

영화는 꿈입니다.

이 세상에 없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만날 수도 있고 꿈에서도 보고 싶은 조지 클루니도 불 꺼진 영화관 속에서는 온전히 내 애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은 행복합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아시아 최고의 영화축제가 열리고 1년 365일 고전영화를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라면 죽고 못 사는 시네필들이 넘칩니다. 더불어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평론가 정성일도 부러워하는 영화도시기 때문입니다.

작성자
박영희
작성일자
2011-04-2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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