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따라 걷는 길, 바람이 등을 떠미네~
문탠로드
- 내용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목(와우산 중턱), 달맞이 언덕을 오릅니다. 달빛이 송림(松林)과 밤바다를 물들이고 있는데요.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고는 먼저 언덕으로 향합니다. 대한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달맞이 언덕.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일까요? 작은 구름 뒤로 수줍게 숨은 달을 보며 연인 한 쌍이 두 손을 맞잡습니다. 그들을 뒤따라 간 곳엔 문탠로드가 펼쳐집니다.저 멀리 광안리와 광안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달빛 나들목을 지나 오솔길을 찬찬히 걸어봅니다. 어느새 스며든 달빛은 잃어버렸던 감성을 두드리지요.
달맞이 언덕 정상에는 달을 맞이하는 해월정(海月亭)이 있습니다. 연말연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곳입니다. 동산 쪽으로는 부산의 몽마르트라고 불릴 정도로 멋진 갤러리들이 모여 있고 이국적인 음식점과 카페들도 어우러져 있습니다. 언덕을 따라 8km에 이르는 드라이브 코스가 굽이굽이 펼쳐지고 그 끝으로는 송정해수욕장이 펼쳐집니다.
달맞이 언덕 해변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오솔길을 따라 해송 숲길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문탠로드(Moontan Road). 문탠로드는 ‘달빛 그을음’이란 뜻인데요. 햇볕을 쬐는 것과 반대로 달빛을 받으며 걷는 길입니다.
해월정에서 달을 반갑게 맞이했다면 문탠로드에서는 달빛을 벗 삼아 오솔길을 걸어봅니다. 번잡한 일상의 기억을 지나온 길에 내려놓습니다. 드넓은 바다위로 달이 살포시 얼굴을 드러내면 달빛 나들목에도 하나 둘씩 작은 등불들이 켜집니다. 별자리가 새겨진 조명등을 본 아이들 무리에선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어스름한 바다가 눈에 익숙해질 무렵 숲에도 파도가 출렁입니다. 바람에 나뭇잎과 풀잎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파도소리 같은데요. 고즈넉한 오솔길을 걷고 있노라면 잊고 있던 감수성이 되살아납니다. 탁 트인 바다는 어느새 어둠 속에 잠기고 파도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소나무 사이사이 달빛이 비치고, 마음은 편안해 집니다. 길을 따라 걷다 ‘바다전망대’에서 잠시 앉아 숨을 깊이 들이쉽니다. 이제 깜깜해진 바다 위 몇 척 어선들의 불빛이 반짝거립니다. 동해남부선 철길을 따라 지나가는 기차 소리가 들려오지요.문탠로드는달맞이길~달맞이동산~오솔길~어울마당을 따라 2.2㎞에 걸쳐 이어지고 길마다 달빛 가온 길, 달빛 바투 길 등 정겨운 우리말이 붙어 있습니다. 울타리와 오솔길을 밝혀주는 키 작은 등불 등 정성스럽게 정비된 문탠로드를 다 돌아보는 데는 40여분 정도 걸립니다. 연인과 가족과 함께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죠.
숲 속에 앉아 바다를 향해 상념을 털어버리니 어느새 오롯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버립니다. 오랜만에 고개를 들어 마음껏 하늘을 보고 밝은 달도 만납니다. 오래된 기억들도 꺼내 보고 오늘과 내일도 그려볼 수 있는 여유로움을 안고 문탠로드를 지나 달맞이 언덕을 내려옵니다. 마음 한가득 달빛 에너지를 충전하고 세상 속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밝고 화려한 조명들에 눈이 부십니다. 그새 친해졌는지 달빛이 등 뒤를 비추며 배웅을 합니다.
- 작성자
- 박혜빈
- 작성일자
- 2010-12-2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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