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주는 언제나 관객과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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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하면 도도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주자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죠. 50~60명 이상의 오케스트라 속에서 별처럼 빛나는 플루트들의 솔로연주는 언제 들어도 천상의 소리처럼 맑고 아름답습니다.
플루티스트의 우아한 표정 뒤에는 솔로연주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고 완벽한 연주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연습하고 노력하는 뜨거운 열정이 엿보입니다. ‘2009년 부산시립교향악단 특별연주회-부산 연주인’ 시리즈에 발탁돼 주목 받았던 정재은(34) 씨는 부산출신 플루티스트입니다. 전국을 누비며 익숙한 클래식연주에서 벗어나 장르를 뛰어넘는 새로운 연주를 시도하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솔로연주도 좋아하지만 특히 오케스트라 연주를 좋아합니다. 플루트연주는 오케스트라 안에서 더욱 빛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플루트 독주곡 보다 심포니 곡을 더 자주 듣습니다. 악기 하나의 특성만 나타나는 독주곡 보다 모든 악기의 특성이 고루 나타나고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심포니 곡이 음악적 영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부산 광안리에서 20년 가까이 살며 유년시절을 보낸 정 씨에게 고향 부산은 언제나 ‘바다’가 떠오르는 그리운 곳. 부산을 떠나 지내는 동안 지치고 힘들 때면 부산의 바다가 먼저 그리웠다고 합니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를 전공한 이모는 늘 그에게 늘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말했고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적 기초를 다진 그는 초등학교 때 처음 접한 플루트 때문에 음악 인생의 방향이 플루티스트로 바꾸게 됐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음악은 삶의 전부입니다. 1988~1989년 2년 연속 부산음악교육위원회 콩쿠르에 입상했고, 부산음악협회 콩쿠르, 코리아트 전국관현악 콩쿠르 등에도 입상해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부산예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음대에 진학했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는데요. 바로 1등 콤플렉스. 대회만 나가면 계속 2등만 한 것입니다. 콤플렉스를 극복할 때까지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커졌습니다. 부모님은 부산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원했지만 배움에 대한 갈망을 막을 순 없었죠.
1년간 방황한 끝에 독일어학원에 수강신청을 했고 몇 달 후 독일로 향했습니다. 부모님 허락도 받지 않고 1년간 아르바이트비와 레슨비 등을 모아 출국했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독일로 갔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베를린에 있는 음대 2곳에 입학시험을 쳤지만 모두 낙방했고 학교에서는 1년 뒤에 다시 응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1년을 기다릴 수도 없었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없었습니다.
다음 학기에 다른 도시에 있는 음대에 응시해 합격증을 받았습니다. 100% 만족할 순 없었지만 그나마 이룬 성과를 부모님께 알릴 생각으로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죠. 출국을 이틀 앞둔 날, 꿈같은 일이 벌여졌습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합격 소식이었죠. 독일에서 그는 ‘플루티스트’라는 진정한 음악가의 꿈을 꾸게 됐다고 합니다. 부모님도 든든한 지원자가 됐습니다. 하루 종일 맹연습을 하면서도 즐겁기만 했습니다.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이었죠.
“독일의 베스트룬트(Westlund) 선생님이 저의 롤 모델입니다. 20년 동안 한 곳의 오케스트라 수석을 역임하시며 연주활동도 꾸준히 하고 계십니다. 학생들을 온화한 모습으로 대했으며 인내심 강한 분이셨습니다. 연습할 때나 후배들 레슨할 때 항상 선생님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녀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하퍼스후데(Harvershude) 오케스트라 객원 연주, 함부르크 무지크할레(Musikhalle)에서 독주, 함부르크 콘서바토리 초청 하프-플루트 듀오 연주, 에뢰젠 키르헤(Erroesen Kirche) 초청연주 등 다수의 독주와 실내악 연주로 폭넓은 음악적 경험을 쌓았습니다. 또 함부르크 플루트 페스티벌과 클라레 자우트보르트(Clare Sauthworth), 제임스 골웨이(James Galway) 마스터클래스 등에 참가했으며 보른 베스트룬트 클라세(Bjorn Westlunt Klasse) 플루트 4중주 연주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귀국 후에는 귀국 독주회를 시작으로 영산아트홀 초청 플루트 듀오 리사이틀을 가졌습니다. 또 금정문화회관에서 색소폰-플루트 듀오 리사이틀과 오케스트라 협연을 펼쳤으며 노모스 플롯 앙상블과 코리아니쉬 플루트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악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부산 연주인 시리즈)하며 영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 올해 봄, 키오스코 앙상블을 구성해 맹연습 중입니다. 11월19일 영산아트홀에서 창단 연주회를 여는 키오스코 앙상블은 클라리넷, 오보에, 플루트, 색소폰, 피아노 등 5가지 악기로 이뤄진 새로운 형태의 앙상블입니다. 관객들이 편하고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앙상블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현악 4중주 음악을 편곡해 관악 연주곡으로 바꾸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래퍼토리를 만들어 선보일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부산, 대구, 진주 연주 계획도 잡고 있습니다. 최신 가요부터 재즈, 팝, 국악 등 다양한 장르에도 관심이 많아 타 장르의 음악 공부도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객들과 공감하는 클래식 음악을 위해서죠.
충북도립예술단에서 활동하면서 인천예고에 출강도 합니다. 악기와 장르를 넘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고 또 배우기를 거듭하는 플루티스트 정재은. 그의 공연은 항상 신선하고 유연하며 생동감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목표를 거창하게 두면 그 목표에 끌려 다니며 시야가 더 좁아집니다. 연주도 그렇습니다. 저는 클래식을 연주하기에 개그를 할 수도, 댄스를 보여드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은 말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듯, 연주자와 관객이 이심전심으로 음악의 즐거움을 느끼고 감동할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 작성자
- 박혜빈
- 작성일자
- 2010-11-1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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