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이저리거, 나는 부산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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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는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이 꿈입니다. 야구선수의 평생소원은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 단 한번이라도 서 보는 것이죠.
메이저리그. 전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 한다는, 그야말로 선택받은 야구도사들만이 오를 수 있는 무대. 전용기로 이동을 하고, 최고급 호텔에서 최고급 음식만을 먹습니다. 그러나 선택받은 선수라도 10명 가운데 7~8명은 그라운드에서 쓸쓸히 소리 없이 사라지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 같은 곳입니다.
추신수. 부산이 낳은 불세출의 메이저리거. 추추 트레인(추신수 선수 성이 ‘Choo’고 플레이 스타일이 잘치고, 빨리 달리는 기차와 같은 폭발력이 있다 해서 붙여진 별명) 추신수 선수가 올 시즌에도 메이저리그를 강타했습니다.지난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면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추 선수는 올해도 ‘호타준족’의 면모를 과시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2년 연속 3할 타율-20홈런-20도루(타율 0.300·22홈런·90타점·22도루·81득점)를 달성한 것입니다. 추 선수는 클리블랜드 팀 내 주요 타격 부문 1위를 휩쓸었고,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타점 기록도 모두 갈아치웠습니다.
지난 7월 뜻하지 않은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9월 중순까지만 해도 타격감이 좋지 못해 3할 타율 달성이 불투명했지만 부산사나이, 부산갈매기는 달랐습니다. 가을 들어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려 대기록 달성에 성공한 것입니다. 현대야구가 시작된 1900년 이후 클리블랜드 소속 선수가 2년 연속 3할 타율-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것은 추신수가 처음.
메이저리그서 추신수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미국 스포츠전문 포털사이트 ‘야후 스포츠’는 “추신수는 팀 내 최고 선수일 뿐 아니라 이미 한국인 최고의 메이저리거”라고 호평했습니다.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 면제를 받으면 연봉 1천만 달러의 사나이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평가입니다.추 선수는 “올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팬과 가족, 고향 사람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수영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처음 만났을 때 반드시 세계 최고 무대에 서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고향 팬들의 한없는 사랑이 큰 힘이 됐다고 들려줍니다.
어린 시절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광안리 바닷가와 해운대 백사장, 메이저리그 진출의 기초를 닦았던 모교 부산고의 교정이 언제나 자신의 마음 한 곳에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추 선수는 2000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롯데자이언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와 쌍벽을 이루는 야구 천재였습니다. 둘은 수영초등학교 동기죠. 추 선수와 이대호 선수는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기도 했는데요.
이대호 선수가 롯데로 진출한 반면, 추 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계약을 통해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는 2005년. 고향 부산을 떠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지요. 추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마다, 부산 바다가 한 없이 그리웠다고 말합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거로 명성을 얻은 데는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부산 팬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들려줍니다.고향 부산을 찾을 때마다 만나고 싶고, 은혜를 갚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추신수 선수. 부산갈매기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정복은 지금부터라며 고향 팬들의 더 많은 응원을 기대했습니다. “나는 메이저리거, 나는 부산갈매기”라는 자부심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해 가는 자신을 지켜봐 달라는 당부와 함께.
※ 사진 제공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