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친절체험 우수살례(8)-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옥경석 (금정구 문화공보관)
- 내용
- 지난 97년 겨울, 한 소녀와 칠순 할머니가 거처를 잃을 위기와 끼니를 굶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중풍에 걸린 주인집 할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 수발을 하는 대가로 그 집의 단칸방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근근히 생활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자 방을 비워야 했던 것이다. 할머니와 손녀는 추운 겨울에 온기도 없는 방에서 먹을 것도 없이 굶주리고 있었다. 집주인이 먹다가 남긴 미숫가루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차마 두 눈으로 보기 힘든 딱한 처지였다. 가지고 있던 주머니 돈을 털어 손에 쥐어주고, 살 길이 있을 것라는 막연한 희망의 말을 하고 나오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사무소에서 지급하고 있는 생활비로는 거처할 곳도, 어린 소녀의 교육비에도 턱없이 모자랐던 것이다. 당장 필요한 전세금과 생계비를 마련 하기에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이들의 사정을 확인한 우리 직원들이 솔선해 이들을 돕기로 했다. 한 직원은 가족회의를 열어 저축한 돈 36만5천원을 내놓았고, 어떤 여직원은 옷가지를 마련해 전달했다. 그리고 직원 상조회에서 30만원의 성금을 모아주었다. 매월 발행하는 동 소식지 4천부에도 이들이 처한 딱한 현실을 실어보기로 했다. 각종 자생단체 회의 중에 소식지를 배부하고, 주요한 의제로 상정해 줄 것을 부탁했다. 주위 이웃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그 결과 너도 나도 동참의 손길이 닿았고 많은 힘을 얻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이들의 사정이 일간지에 기사화 되면서 지원의 손길은 확산되었다. 당초 방 한 칸을 얻을 전세금 6백만원을 계획했으나 이보다 훨씬 초과한 1천3백만원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4개 기업체에서 월 40만원씩의 생활비 지원을 약속했다. 새 집으로 이사하던 날, 어린 소녀 효정이는 뛸 듯이 기뻐했고, 할머니께서도 두 손 모아 합장하듯 도와주신 분들에게 한없이 감사를 표했다. “손으로 잡으면 금방 녹아 없어지는 작은 눈송이도 이리저리 굴리면 예쁜 눈사람이 만들어지듯이, 작은 성금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촉촉한 단비가 되고 장차 자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또한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위의 글과 함께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자 뜻밖의 작은 기적이 나타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분이 매년 명절 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5천만원이라는 거액을 새마을금고에 적립하신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동사무소를 찾는 분들은 우리 직원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후로도 우리는 심장판막증 환자 돕기 등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진정한 공복으로서 주민을 위해 일하는 보람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옥경석/금정구 문화공보과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 제874호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