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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시민생활

“토끼 같은 손주들 먹는 것 보면 힘든 줄도 몰라∼”

가정어린이집 대상 급식 조리지원… 좋아하는 일 할 수 있어 보람 커
부산Job스타 /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

내용

"'할머니~' 하고 달려오는 아이들이 정말 이뻐!", "입 벌리고 밥 받아먹는 아이들 생각에 음식 만들 때는 신이 절로 나지!"

부산남구시니어클럽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손주들 이야기를 하는 줄 알 정도였다. 모두들 자신이 일하는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한동안 자랑하시는 모습에 옆에 있는 사람이 다 흐뭇해질 정도였다.

부산남구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은 만60세 이상 어르신들이 가정어린이집의 급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사진은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어르신 모습).

아이들 위한 음식 만들고 뒷정리 보조

부산남구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은 지역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다. 50명 이상의 원아들이 있는 어린이집은 조리사를 두고 있지만, 가정어린이집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에는 신체 건강하며 어린이들과 친화적인 마음을 가진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아침에 어린이집으로 출근해 음식을 만든다. 청소나 뒷정리 등을 보조하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이런 업무를 맡는 동안 보육교사들을 어린이들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은 노인일자리사업이면서 동시에 어린이들을 위한 질 높은 서비스와 인성교육을 돕는 사업이다.

어르신들은 오전 10시 경에 어린이집으로 출근한다. 각 어린이집의 환경에 따라 3시간 정도 일한다. 집에서 아침밥을 먹지 않고 오는 아이들을 위해 죽을 만들어 먹이는 어린이집도 있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어린이들의 점심을 만드는 것이다. 음식은 어린이들의 성장단계에 맞춰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계획된 보육시설협회의 식단에 따라 만든다. 어린이집에서는 식단에 맞게 식재료를 준비해둔다. 어르신들은 그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손주같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사진은 아이들의 급식을 도와주는 어르신 모습).

"경험 살려 즐겁게 일할 수 있어 행복"

부산남구시니어클럽은 동명대학교 19호관에 자리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부산남구시니어클럽에 모인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을 하는지, 또 그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는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처럼 실감났다.

오 모(67) 어르신은 "어린이들이 먹는 음식이니 재료를 잘게 썰어야 한다. 맵지 않고 싱겁게 간을 한다. 생선은 가시를 일일이 다 발라낸다. 예쁜 손주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만큼 정성을 다하고 있다. 주방기구들을 소독해 위생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어르신들은 "솔직히 집에서도 그렇게 안하는 주부들이 있을 것 같다. 그날 사용하고 남은 재료는 모두 버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복지관과 노인대학에서 급식봉사를 오래 해 온 지역의 봉사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르신들은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모두 내 손주만큼 예쁘다. '할미∼'하고 달려오는 아이들, 입 벌리고 얌전하게 밥을 받아먹는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권 모(66) 씨는 2013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 직접 시니어클럽으로 찾아왔다. 진작 알았으면 더 일찍 이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엄마가 선택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집 애기들이 밥 잘 먹고 잘 노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주위 친구들도 직장이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이 모(68) 씨는 "일을 시작한 후 나 자신이 더 부지런해졌다. 요리하는 건 원래 좋아했다. 양분식집도 8여년 했고, 하숙도 10여년 했다. 남을 위해 밥을 한다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바라보는 건 큰 기쁨이다"고 말했다.

전 모(67) 씨도 식당을 운영한 경험자이다. 일식당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해왔는데,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일은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희생과 봉사정신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 스스로 일자리 찾고 노인일자리 더 많아져야

정 모(66) 씨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손주들을 키웠는데 다 자라고 나니 내 손이 필요 없어졌다. 그래서 적잖이 우울하기도 했는데 동서에게서 이 일을 소개받았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면서 내 손주를 돌보는 이상으로 마음을 쏟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며 "돈을 떠나서 내가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한다는 것은 어르신들의 삶을 활기에 넘치게 한다. 오 씨는 "노인일자리창출사업이 더 많아지면 좋겠고,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내 손으로 일해 돈을 버는 성취감이 크다. 우리는 돈이 없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른 사람들도 시니어클럽에 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시니어클럽에서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정말 고맙다. 앞으로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나와서, 경험 많고 인생의 지혜를 가진 노인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부산남구시니어클럽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 담당자는 "손주사랑급식지원사업을 통해 일을 하는 어르신을 만나보면 일이 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 어르신은 여고 졸업하고 첫 출근을 할 때처럼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며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일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부모님을 편안하게 잘 모시기만 하는 게 효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님이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드리는 게 진정한 효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남구시니어클럽
부산광역시 남구 신선로 428, 동명대학교 내 19호관
623-6090~1 (bsngsc.or.kr)

작성자
박현주 객원기자
작성일자
2015-12-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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