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생활경제 / 가격의 기능
글쓴이: 강준규(동의대교수·경제학)
- 내용
- 미국의 마트나 할인점에 가보면 물건값이 5.99달러나 199달러 등 99로 끝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TV 광고에서도 가격 끝자리가 99인 물건을 선전하는 방송을 하루에도 몇 번 씩 들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할인점에서도 물건값이 80원이나 90원, 800원이나 900원으로 끝나는 상품이 많이 늘었다. 1만원짜리 물건을 100원이나 200원 할인하여 9천900원이나 9천800원에 파는 식이다. 이는 실제로는 싸지 않으면서 감각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싸다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그랜드마트가 자사의 광고 전단에서 물건값 끝자리를 90원이나 900원으로 적은 상품의 매출을 분석해본 결과, 올해 7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4∼22%가 늘었다고 한다. 국내 유통업체들 가운데는 90원이나 900원으로 끝나면, 겉으로만 싸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끝자리를 80원이나 800원으로 낮추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이마트에서 5천여개 제품을 표본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80원이나 800원으로 끝나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란 그 상품 1단위와 교환되는 화폐액을 말한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다음의 두 가지 기능을 가진다. 첫째, 가격은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의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볼펜 한 자루의 가격이 1천원이라고 하면 생산자는 볼펜을 몇 개 생산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소비자는 몇 개를 살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가격은 생산 및 소비활동을 하는데 유용한 신호 노릇을 하거나 유인을 해준다는 점에서 경제활동의 지표가 된다. 둘째, 가격은 자율적인 배급기능을 한다. 이는 경매시장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판매할 그림이 하나밖에 없는데 사려는 사람은 다수일 경우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사람에게 그림이 판매되는 것처럼 가격은 인위적인 간섭이 없어도 상품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배급해주는 기능이 있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3-08-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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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0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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