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생활경제/ 톱니효과
강준규 <동의대교수 경제학>
- 내용
- 신용카드 빚 때문에 은행 강도 짓을 하다가 붙잡힌 일당이 있는가 하면, 자살하는 여대생이 있는 등 신용카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생기는 폐해가 한 두 건이 아니다. 지난해 10월까지 발급된 신용카드가 8천만장이 넘는다고 한다. 또 전체 신용불량자 100만여명 가운데 17.2%가 30세 미만이라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마치 요술 방망이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듯이 보이는 신용카드 광고가 소득이 없거나 적은 젊은이들에게 카드사용을 부추기는 면도 없지 않다.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옛말처럼 나중에는 어찌되든지 일단은 쓰고 보자는 심리도 한 몫 한다. 또 직장생활을 하다가 실직한 사람들이 생활은 해야겠고 소득은 없는 때에도 발생한다. 후자의 경우는 경제학 이론인 톱니효과(ratchet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톱니효과란 일단 어느 소비수준에 익숙하게 되면 그의 소득이 감소한다 하더라도 소비수준을 낮추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이 내용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마치 톱니처럼 보인다 하여 듀젠베리(J.S. Duesenberry)라는 경제학자가 이름 붙였다. 실직하면 소득이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소비를 줄이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손쉬운 카드로 물품 대금을 지불하거나 현금 서비스 등을 이용하게 되는데 그 대금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잘만 사용하면 번거롭게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온라인상이나 홈쇼핑 등에서 유용한 결제수단이 되기도 한다. 또한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등 신용카드의 장점도 있다. 하나 이런 장점은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냉철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는 충동적으로 카드 결제한 뒤에 후회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하다. 신용카드 빚으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려면 신용카드를 버려야 한다’는 워렌 버펫이라는 미국의 억만장자가 한 말을 새겨볼 일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2-03-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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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0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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