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끝도 `재미' 있어야
취·재·수·첩 PIFF 폐막작을 보고
- 내용
- 올 부산국제영화제(PIFF)도 `대성공'이었다고들 한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PIFF를 닫으며 애써 털어놓고 싶은 아쉬움이 있다. 그 아쉬움은 폐막작을 본 느낌에서 출발한다. 개막작이 영화제의 얼굴이라면 폐막작은 뒷모습이다. PIFF의 폐막작은 PIFF의 여운으로 상당 기간 남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 폐막작은 폐막식의 축제열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 폐막작은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 굳이 작품의 작품성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축제를 즐기려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다 중요시하자는 것이다. 관객들은 폐막작을 보며 과연 영화의 재미를 느꼈을까, 아니 영화예술의 진수를 즐겼을까. "관객을 그저 놀라게 하거나 무서움에 떨게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건 박 감독의 말이다. 많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축제의 즐거움보다는 영화의 한 측면, 곧 한기를 느꼈다는 것이다. 파멸로 치닫는 가족의 모습, 전편을 지배하는 공포스런 분위기, 호러영화의 특징적 음악…. 말 하고자 하는 바는 뚜렷하다. PIFF가 전문가와 마니아 만의 축제가 아니라면 축제 분위기의 야외상영작, 특히 폐막작 만이라도 보다 대중적이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낭만적인 곳에서 영화제가 열리다니 감동이다." 올해 처음 PIFF를 찾은 프랑스의 노장감독 자크 드와이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가을밤 바닷바람을 마시며 대형 스크린을 즐기는 것은 오직 PIFF만의 축복이다. 그런 만큼 `마니아'보다 분명 많을 `부산시민'들은 영화와 함께, 파도소리 속에서 톱스타들을 보며 축제를 즐기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너나 없이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보고는 PIFF의 발빠른 성장을 함께 즐겼을 것이라는 것이다. 폐막작을 고르는 조직위의 고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역시 묻고 싶은 것은 `축제는 들뜨게 마련이고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단순하고 평범한 이치를 간과하지는 않았는가이다. 진지한 사색의 영화도 좋고 이념적 색채의 실험성도 좋다. 그 속에서도 다수 관객이 누려야 할 `공동의 재미'는 포기할 수 없겠다는 것이다. 굳이 PIFF 뒤의 `화려한 찬사'를 뒤집는 뜻은 멀리 있지 않다. PIFF는 언제나 `부산의 자랑'이어야 하며, 그럴수록 `PIFF 가다듬기'에는 너나가 없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3-10-1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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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0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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