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형 공론화 성공에 필요한 첫 단계, 경청의 뚝심!
[전문가 기고] 현대사회 다양하고 복잡 … 아무리 유능한 정부라도 시민 참여 숙의과정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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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씨족에서 부족 또 국가로 발전했던 공동체 진화의 과정엔 토론문화가 있었다. 신라시대 귀족 회의제로만 알려진 '화백제도'는 알고보면 당시 동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졌던 숙의 도구였다. 요즘도 흔히 사용하는 '뚝심' 이라는 단어도 둑에 앉아 진행했던 화백에서 참가자의 발언을 인내심을 갖고 듣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서양의 예로는 고대 그리스 아테나이의 민회가 대표적이다. 당시 아테나이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는데 공무원 선출 투표, 선전포고, 외국인의 시민권 부여 등 도시의 주요한 결정을 다룰 때 소집되었다고 한다. 최근 공론조사의 시민참여단을 인구통계를 기반으로 '무작위성(randomness)'에 기반해 구성하는데 이런 것도 고대 민회에서 영향을 받았다.
공론조사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시민참여단은 함께 모여 주요 사안에 대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이면서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작성된 자료와 전문가의 발제'를 바탕으로 일정시간 깊이 고민하고 충분히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숙의(熟議)라고 한다.
동서양의 역사를 보면 '공론화'라는 건 우리에게 그리 낯선 제도는 아닌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아직 제도가 걸음마 단계여서 의제 선정과 지역에 맞는 공론화 과정 전체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점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워낙 다양해지고 복잡해져서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와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이런 식의 숙의과정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를 비롯해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에도 공론화 제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부산시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지방행정 전반이 숙의민주주의에 대해 학습해야 한다. 방송이 가장 좋다. 공론조사방법론을 주창한 미국 스탠포드대 제임스 피시킨 교수도 방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즉, 공론이라는 것은 시민 다수가 해당 의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라고 볼 때, 부산시민이 방송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온라인으로 토론에 참여한다면 결론에 대한 동의수준도 높일뿐만 아니라 지역 담론수준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둘째, 부서 울타리를 과감히 벗어나 통합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거의가 새로운 의제들이라서 행정이 부서 책임감만을 내세워서는 곤란하다. 해결방안보다는 원인 파악과 원인의 상호관계를 찾는 것을 우선시해야 오히려 통합적인 근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디지털 뚝심'을 길러야 한다. 비전문가(인지적 주변 구성원)의 주관적 주장이라도 또, 전문가(인지적 중심 구성원)의 어려운 주장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뚝심을 가지고 조사하고 들어야 한다. 굳이 디지털 뚝심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손바닥만한 휴대폰이면 세상 어떤 정보라도 알 수 있는 시대에 거버넌스는 의외로 시민의 몫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시민이 토론으로 조직될 때 민주주의는 바리케이드(보루)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드린 말씀이다.
필자는 시민참여 의사결정 방법 솔루션을 개발, 대중화에 매진하고 있는 코리아스픽스(주) 의 대표다.
이 병 덕
코리아스픽스(주) 대표이사
(사)한국퍼실리테이터연합회 회장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18-08-2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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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839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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