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이 6·25전쟁 피란시절 부산에 남긴 발자취가 고스란히 살아났다.

동구는 ‘이중섭의 범일동 풍경 거리’를 준공, 지난 13일 개소식을 가졌다. 동구 범일동은 이중섭이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92·한국명 이남덕), 아들 둘과 함께 피란시절을 보낸 곳. 부두에서 잡일을 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이어가며 ‘범일동 풍경’이라는 명작을 탄생시킨 장소다.

화가 이중섭이 6·25전쟁 피란시절을 보낸 부산 범일동 일대에 ‘이중섭 거리’가 생겼다(사진은 ‘이중섭의 범일동 풍경 거리’에 들어선 갤러리 모습).

동구는 지난해 8월부터 4억6천만원을 들여 범일동 부산은행(범천동지점)에서 마을광장까지 400m 구간을 ‘이중섭의 범일동 풍경 거리’로 꾸몄다. 이중섭 부조 흉상으로 시작하는 이 거리에는 이중섭 갤러리와 이중섭 연대기, 거리미술관, 희망길 100계단, 판잣집 화실 포토존, 마사코 전망대 등이 들어서 있다. 이중섭 갤러리는 모두 3곳으로 그의 그림과 함께 범일동에서의 삶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중섭 연대기는 그의 일대기 가운데 중요 사건을 설명해 놓은 공간. 거리미술관은 ‘부부’ ‘구상네 가족’ ‘춤추는 가족’ ‘봄의 아이들’ 등 이중섭의 작품 전시와 함께 지역 미술가와 학생, 주민들이 그림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희망길 100계단은 이중섭이 쓴 편지와 그의 생전 사진을 계단 곳곳에 붙여 놓았다. 판잣집 화실 포토존은 희망길 100계단 중간에 그려놓은 벽화. 1953년 9월 무렵 이중섭이 지어 혼자 지낸 판잣집을 벽화로 그리고 벤치를 설치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마사코 전망대는 이중섭이 아내와 아이들이 일본으로 떠난 뒤 가족을 그리워하며 ‘범일동 풍경’을 그렸을 것으로 짐작되는 곳에 세운 전망대.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는 연면적 33.24㎡ 규모의 지상 2층 건물이다. 1층에는 주민 사랑방과 이중섭 갤러리가 들어서 있으며, 2층은 전망대와 이중섭의 편지글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중섭의 범일동 풍경 거리’ 개소식에는 이중섭의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의 영상편지도 깜짝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