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이
태극기 달기 생활화
- 내용
- 역사적 사건중에는 우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더러 있다. 요새 거리마다 집집마다 나부끼며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해주고 있는 태극기도 그런 우연의 소산물이었다. 태극기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깃발로 맨 처음 내걸린 것은 1백16년 이전 일이다. 그건 1882년 박영효(朴泳孝)가 외교사절로서 일본으로 건너가던 배안에서 부랴부랴 고안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선박마다 국기를 게양하는 국제관행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터수에, 외교사절을 싣고 가는 배라는 점에서도 국기는 더욱더 필요했던 것이다. 그 이듬해 1월에야 비로소 국기로 정해졌다. ▶제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에 자랑과 애착을 갖지 않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타국에서 국기를 바라보게 되면 코허리가 찡한 감정과 향수에 젖게 된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제 나라 국기가 게양되는 경우야말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에서 문방구가게로 꽤나 이름났던 사람이 칠순에 자식따라 미국 시카고로 이민을 갔을 때 태극기를 한짐 챙기고 떠났던 것도 그지없는 조국사랑 때문이었다. 그 노인은 그곳 교민들에게 그 태극기를 골고루 나누어 주며 조국사랑을 되새겼다는 것.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자 영국은 일본국기인 일장기(日章旗)를 사들이려고 교섭을 벌였다. 일장기의 간명한 디자인과 그 상징성은 지구상 곳곳에 식민지가 있어 「대영제국(大英帝國)에는 해질 날이 없다」던 영국사람을 매혹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나라는 패망했어도 국기는 팔 수 없다」며 일본은 영국의 교섭을 한마디로 거부해 버렸다. ▶그렇게 제 나라 국민에게 자랑거리인 국기도 적대관계로 대립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불살라지고 짓밟히는 수모를 겪는다.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남의 나라 국기가 의상디자인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노라면 얄망궂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제 나라 국기디자인을 마다하고 하필이면 외국 국기디자인이란 말인가. 「대한민국 50년-다시 뛰는 한국인」 전국일주 태극기달리기도 오는 15일 광복절에 막을 내린다. 그와 함께 거리마다 집집마다 나부끼는 태극기 물결도 잠자게 된다. 지난달 제헌절부터 날마다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해주던 태극기의 상징성을 우리는 곰곰 되새겨 봄직하다. 다시 당차게 일어서는 한국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 「날마다 태극기 달기」가 담고 있는 정신인 것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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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8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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