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다가온 '세계현대미술축제'-새로운 예술에 가까이 하기
박 은 주(PICAF 사무국장) - 금세기 최고 ‘영상’ 아티스트 부산에 총 집결
- 내용
- 대다수의 미래학자들은 20세기까지가 ‘문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장담해왔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문명도 문화의 한 영역에 불과하다. 문화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모든 인간의 물질적 문명도 인간정신의 소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를 ‘문화의 시대’라고 내세우는 것은 물질성보다는 정신성이 강조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의 정신적 활동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새로운 시대의 정신성 강조에서 내세우는 문화는 다름 아닌 부흥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새로운 시대정신 강조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의 문화는 ‘새로운 예술’과 동의어가 된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삶은 새로운 예술에 의해서 살아가야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본질적인 길을 모색해온 인류의 오랜 역사가 찾아낸 해답이다. 다시 말해서 예술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부차적인 무엇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 이제 예술은 모든 인간의 삶에 있어서 생필품이 되었다. 예술이 없는 세계를 가상해본다면 얼마나 삭막한 삶이 되겠는가.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점에서 파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미술로 포장되어 있으며, 생활공간들이 각종 예술로 치장되어 있다. 새로운 예술은 기존의 예술과는 다르다. 기존의 가치관이 정신성보다는 물질성을 우위에 두는 세계관에서 성장해왔다면, 새로운 가치관은 정신성을 우위에 둘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서, 18세기까지는 그림을 평가할 때, ‘잘 그렸다’고 기교를 평가했지만 19세기부터는 그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게 되었다. 그렇지만 20세기 이후의 새로운 예술은 그 의미를 묻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처럼 예술은 시대의 진전에 따라서 그 가치를 달리해 오고 있으며, 근대 이후로는 물질성이 아니라 정신성이 강조되고 있다.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예술양식인 추상예술은 더 이상 ‘감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감상은 작품에 의미를 부여한 예술가의 의도를 거리를 두고 묻는 일이지만, 추상 이후의 예술은 거리감을 무시하고 ‘나름대로’의 느끼면서 즐길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림의 의미를 묻는 ‘감상자’에게 예술가는 ‘어떻게 느끼는지’를 되묻는 ‘답’을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20세기 중반 이후의 새로운 예술은 감상하기보다는 ‘참여’하도록 고안되고 있다. 새로운 예술의 세계는 ‘감상’이나 ‘수동적 참여’로는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예술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은 예술가와 수용자의 ‘미적 거리’라는 ‘일방향적 예술’이 아니라 ‘쌍방향적 예술’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가리킨다. 관람객 적극적 참여 유도 이러한 새로운 예술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어떻게 접근하여야 할지를 몰라서 예술을 기피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참여를 요구하도록 고안되어진 새로운 예술에 보다 쉽게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런 부담 없이 무조건적으로 예술의 세계에 뛰어들면 그만이다. 예를 들어서, 오는 10월2일부터 11월27일까지 열리는 2000 PICAF 국제현대미술전의 입장권을 부산은행에 가서 예매한 다음 전시기간 중 아무 때나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올림픽동산 옆에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에 들어서면 그 순간부터 만사해결이다. 미술관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가 새로운 예술의 세계 속에 들어가는 길이다. 전시장 구조도 ‘관람자’라는 참여자가 함께 하도록 설계되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예술은 이처럼 예술작품은 물론 전시장 자체를 ‘함께 하는 삶’의 공간으로 배려하고 ‘설치’하고 있다. 특히 2000 PICAF의 국제현대미술전은 영상·매체예술이라는 최첨단 예술로 짜여져 있는 새로운 예술공간에서 체험하게 할 것이다. 비디오나 CD-ROM 또는 인터넷에 의한 웹 아트라는 전혀 새로운 예술들이 모니터들로 통해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며, 열대식물들 사이를 지나가든가 낡은 택시에 비추어지는 화려한 영상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개막식 같이 특별한 어떤 날에는 점쟁이가 점을 봐주기도 할 것이다. 최첨단 예술공간 체험 이처럼 새로운 예술공간은 인간의 삶을 새로운 경험으로 충만시킬 것이다. 만일 관람자가 연인들이라면 1만원으로 평생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 것이며, 어린 학생층이라면 불과 3000원으로 미래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게 하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예술과의 만남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부산시는 물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엄청난 재원을 투자하여 경쟁적으로 예술행사를 기획·투자하고 있다. 지구촌 사람들이 왜 엄청난 예술에의 투자를 하고 있는가. 이것은 새로운 예술에의 체험이 정신적 에너지를 충족시켜 삶의 세계관을 넓힐 것이라는 확신을 하였기 때문이며, 이러한 체험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9-2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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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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