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 할배·할매나무, 고향 떠나 잘 계시능교?”
가덕도 율리마을 팽나무 두 그루 나루공원 이식 2주년
고향 주민들 찾아와 상봉…“더 젊어지신 것 같아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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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마을 당산 할배·할매나무, 고향 떠나 잘 계셨능교.”
부산 가덕도에서 500년 동안이나 뿌리를 내리고 살던 팽나무 두 그루가 해운대 APEC 나루공원에 새로 둥지를 튼 지 2주년을 맞았다. 부산광역시는 10일 팽나무의 고향인 가덕도 율리마을 주민 10여명을 초청, APEC 나루공원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다.
율리마을에서 팽나무와 함께 수십 년간 살아온 60~70대 어르신들은 이날 팽나무를 만나자 마자 합장부터 했다. 푸른 잎을 무성하게 피우며 늠름하게 서 있는 팽나무를 보고서는 “너무 감사하다”며 안도했다.
부산 가덕도 율리마을에서 2년 전 해운대 APEC 나루공원로 옮겨온 500살 팽나무가 고향 주민들과 상봉했다(사진은 율리마을 주민들이 팽나무 옆에 설치한 ‘할배나무와 할매나무의 이야기’ 표지판을 개막하는 모습).팽나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이리저리 둘러본 율리마을 주민들은 막걸리를 뿌리며 “많이 드시고 수천 년 길이길이 사이소”라며 덕담을 했다.
이일선(78) 할머니는 “마을을 지켜주던 할배·할매나무가 낯선데서 잘 계신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더 젊어지신 것 같아 흐뭇하다”며 “여름마다 넓은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게 해 주던 할배·할매나무가 동네를 떠나 서운하긴 하지만, 좋은 장소에서 잘 지내고 부산의 자랑거리가 돼 보기 좋다”고 말했다.
팽나무 주위에 막걸리를 부으며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
할매 팽나무 앞에서 가진 기념촬영.부산시는 가덕도 율리마을 당산목이었던 팽나무 두 그루를 2010년 3월30일 APEC 나루공원으로 옮겨왔다. 가덕도 일주도로를 내는 신항만 배후도로 건설공사 때문에 고사 처지에 놓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
팽나무 두 그루 가운데 할배나무(사진 오른쪽)는 높이 12m, 폭 15m, 무게 72t의 크기를 자랑한다. 할매나무 역시 높이 10m, 폭 12m, 무게 55t의 거목이다. 두 그루 모두 수령은 500년.
팽나무 수송에는 두 척의 바지선, 트레일러, 굴착기, 크레인 등이 동원됐다. 육지 1.6㎞와 바다48㎞를 수송하는 데만 25시간이 걸렸고, 2억5천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부산시는 할배·할매 팽나무를 2010년 4월2일 많은 시민들이 잘 볼 수 있도록 APEC나루공원에 심었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의 팽나무 돌보기는 그야말로 ‘극진’이었다. 부산시는 이들 팽나무를 보호수로로 지정, 매일 상태를 살폈다.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가덕도 고향의 흙을 공수해와 깔았다. 생육개선 주사를 한시도 빠뜨리지 않았다. 나무밑동을 비롯한 곳곳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충전재로 채우는 외과 수술도 실시했다. 그 결과 할배·할매 팽나무는 2년만에 새로운 둥지에 무사히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 올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빨리 무성한 잎을 틔우며 건강함을 자랑하고 있다. 가덕도 율리마을의 '당산목'이던 할매·할매 팽나무가 부산 전체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부산시의 '수호목'으로 거듭난 것이다.
부산시는 팽나무 두 그루가 고향을 떠나 APEC 나루공원에 자리 잡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은 ‘할배나무와 할매나무의 이야기’ 표지판을 설치했다. 부산의 새로운 수호목이 된 팽나무 두 그루를 스토리 텔링 형식으로 널리 알리고, 해당지역을 명소화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12-05-1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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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525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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