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내리던 부산항, 세계 5위 무역항으로
부산 개발원조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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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에 우리 그리운 형제들이 돌아왔습니다. 바로 지난 29일 시작한 ‘세계원조개발총회’ 때문에 말입니다.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구요? 이날 부산을 찾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야 자랑스런 ‘한국인’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에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왠 ‘형제’냐구요? ‘세계개발원조총회’와 부산이 가지는 막역한 관계를 들으면 이들 참석자들을 ‘형제’라 부르는 것에 아마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하실 겁니다.
총회 개최에 앞서 지난해 서울에서 연 글로벌 원조체제 워크숍.부산항이 개발원조와 맺은 특별한 인연, 그것은 이미 60여 년을 훌쩍 넘기면서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한국사람 절반이 남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국제시장, 영도다리, 움막이 빼곡한 산자락 등 원도심을 포함한 전 부산이 북적거리던 시절이지요. 전국에서 피난 온 지식인들이 모여 지식을 교환하고 책을 매매했다는 보수동 책방골목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이 시절, 아낙네들은 동대신동 보수천 빨래터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빨래를 했고, 거리에는 ‘이와 벼룩을 없애어 장티프스를 예방하자’ 같은 추억의 포스터가 붙어있었습니다.
동대신동 보수천 중류의 빨래터에서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1953년 무궁화유치원 아이들이 온천동 제1교회로 소풍 나왔습니다.이렇게 대한민국 전체가 가난하던 시절, 부산항에 반가운 손님이 왔습니다. 바로 한국을 도우려는 국제사회 ‘원조’의 손길이었습니다. 부산항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 재건을 도우려는 갖가지 물자들이 들어왔습니다. 밀가루·쌀 등의 음식부터 시작해서 발전 설비를 갖춘 함선, 기차 객차, 건설공사용 중장비, 의류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상전벽해라더니, 이렇게 원조물자를 하역했던 부산항은 지금 세계 5대 컨테이너항만이 되었지요. 외국으로 원조 물자를 싣고 나가는 주요 기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1969년, 부산항에서 건설공사용 중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모습.부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국제시장은 어떻구요. 이곳은 부산항으로 들어온 구호품이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유명한 중앙동 40계단에도 원조의 역사가 서려있습니다. 많은 피난민들이 향수를 달랜 것으로 유명한 이 곳은 구호품 시장과 암달러 시장으로 성황을 이뤘다고 합니다.
1950년대 부산 원도심 일원. 광복로 입구.국제시장.해안교 위 노점 소년.현재 국제시장 모습.음식 역사도 빠질 수 없죠. 밀면은 이북에서 온 피란민들이 구하기 힘든 메밀 대신 미군에게 원조받았던 밀가루를 이용해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합니다. 냉면처럼 쫄깃하지만 밀가루로 만든 독특한 부산 음식 밀면의 비밀은 바로 이것이지요. 미국은 밀가루를 비롯 쌀, 보리, 밀, 옥수수 등 다양한 종류의 곡물을 한국에 원조했다고 합니다.
옷, 곡물, 사탕까지 갖가지 물품을 원조받고 직접 배부하고 있는 장면들입니다.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리는 해운대는 어떨까요? 해운대에 위치한 한독여자실업고등학교(현재 부산문화여자고등학교)와 부산한독직업학교(현재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는 독일의 도움을 받아, 한국과 독일이 함께 설립한 학교입니다. 또,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AID아파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계공업고학교 교직원의 편의를 위해 미국원조청(USAID)의 차관을 끌어다 설립했습니다. 지금은 재건축 중이라 과거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요. ‘한-독’, AID 등 건물 이름들을 보며 부산 곳곳에 서려있는 원조역사를 발견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미국원조청의 차관을 끌어다 설립한 AID 아파트 공사 현장.원조의 역사가 곳곳에 새겨져있는 부산에서는 지금 개발분야 세계 최대의 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수혜국 테이블에서 공여국 테이블로 자리를 이동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준 부산,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성숙한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까닭입니다.
- 작성자
- 이용빈
- 작성일자
- 2011-11-2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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