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가만 놔둘 수 없겠니”
5~7월 고라니·황조롱이 새끼 데려오는 등산객 급증
버려진 걸로 착각해 보호요청…사실은 ‘유괴’ 행위
- 내용
산에 홀로 있는 야생동물 새끼를 안고와 보호를 요청하는 ‘착한 행동’이 사실은 대부분 ‘유괴’나 다름없습니다.”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 야생동물보호팀 강신영 씨는 “매년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야생동물 구조건수가 평균 230여건에 달하는데, 절반이 넘는 130여건이 사람들이 잘못 데려와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라며 섣부른 판단으로 새끼를 데려오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야생동물의 번식기인 5월 들어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는 부쩍 바빠진다. 행락객들이 고라니와 황조롱이 등 새끼 야생동물을 발견해 데려오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보호를 의뢰한 새끼 야생동물들은 사람의 부적절한 개입으로 느닷없이 부모와 생이별한 경우가 대부분.
고라니는 5~6월 새끼를 낳는다. 갓 출산한 새끼를 풀숲이나 우거진 관목 사이에 감춰둔 뒤 먹이를 찾으러 가는데, 이 때 등산객들이 혼자 있는 새끼를 발견해 치료센터로 안고 오는 사례가 많다.
황조롱이는 4월 말부터 7월까지 4~6개의 알을 낳아 한 달 가량 품어 부화시킨다. 새끼는 태어나 한 달 정도 어미에게 비행훈련을 받은 뒤 독립한다. 비행훈련 초기 제대로 날지 못하는 새끼를 발견한 시민들이 버려진 것으로 착각해 데려오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어미는 새끼의 비행훈련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눈 뜨고 새끼를 유괴당하는 셈이다.
등산객들이 산에 홀로 있는 야생동물 새끼를 버려진 걸로 착각해 데려와 보호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은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황조롱이와 고라니 새끼).야생동물 가족의 생이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인봉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부산지회장은 “사람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야생동물의 새끼를 발견한 경우에는 1시간 이상 멀리서 관찰한 후 구조해야 한다”며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야생동물보호협회나 야생동물치료센터에 신고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는 야생동물 생태를 잘 모르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어린 야생동물 직접 구조 안하기 캠페인’에 나선다. 그 일환으로 초등학생을 둔 가족들을 대상으로 오는 15일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안 숲 체험교실과 22일 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에서 야생동물 생태교육을 실시하고, 야생동물 직접구조 안하기 알림판을 설치한다.
야생동물 생태교육은 ‘우리가 잠든 밤 신비로운 세상을 여는 그들’을 주제로 전문 강사가 수리부엉이의 신비로운 생태에 대해 설명할 계획. 최인봉 한국야생동불보호협회 부산지회장은 야생동물 직접구조 안하기 요령과 부상당한 야생동물 발견 시 신고요령에 대해 강의한다. 이어 초등학생 가족들이 ‘직접구조 안하기 알림판’을 직접 설치할 예정이다. 알림판은 가로 80㎝ 세로 60㎝의 크기의 친환경 나무간판으로 제작, ‘우린 엄마, 아빠가 있답니다!! 나무 위 둥지에 올려놓아주세요’ 등 황조롱이와 고라니 새끼들이 시민 직접구조 안하기를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 강신영 씨는 “많은 시민들께서 위험에 처하거나 부상당한 야생동물을 적극 신고해 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며 “그러나 야생동물의 생태를 잘 몰라서 예기치 않게 부모와 이별하게 되는 어린 동물들이 없도록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의: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261-2400)·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203-9966)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11-05-1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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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75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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