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희망’ 한 송이 가져가세요
정신장애인 자립 가꾸는 특별한 꽃집 ‘나팔꽃’
- 내용
- 부산 동래구 사직동 국민시장 안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꽃집 ‘나팔꽃’.
부산 동래구 사직동 국민시장 안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꽃집 ‘나팔꽃’은 조금 특별한 곳이다. ‘나팔꽃’의 꽃들은 여느 꽃집보다 반짝반짝 빛난다. 가게 주인의 손길과 눈길을 듬뿍 받은 듯 고운 색깔과 자태를 자랑한다. 꽃과 나무를 본래 모습보다 더 예쁘게 쓰다듬는 손길은 이곳에 근무하는 윤은혜(43) 박지영(35) 김영민(36) 김준기(32) 씨이다.
네 명은 놀랍게도 정신장애인들이다. 부산지역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인 사직클럽하우스에서 지난 4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창업지원금 7천500만원을 받아 정신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복귀를 위한 실험공간으로 ‘나팔꽃’을 차렸다.
윤 씨 등 네 명은 까다로운 적성검사와 면접을 거쳐 선발됐다. 처음 가져보는 ‘내 일’에 대한 이들의 의욕은 대단하다. 하루 종일 가게를 쓸고 닦고, 꽃을 다듬고 돌보느라 쉴 틈이 없다. 처음 해보는 일에 몸은 고되지만, 생애 처음 ‘내 일’을 한다는 기쁨 때문인지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문을 연지 이제 다섯 달. ‘나팔꽃’의 특별한 사연이 알음알음 입소문 나면서 단골도 여럿 생겼다. 네 명의 정신장애인들은
‘나팔꽃’은 부산에서 유일한 정신장애인 자립공동체다. 전국에서도 서울과 부산 딱 두 곳 뿐이다. ‘나팔꽃’의 성공 여부는 우리나라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의 한 가능성을 열게 될 것이다. 이같은 ‘나팔꽃’의 중요성을 이곳 정신장애인들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한다.
윤은혜씨는 “일을 하면서 의욕도 생기고 병세도 많이 호전됐다‘며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후배 장애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 ’나팔꽃‘을 꼭 성공시키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경인년 새해를 맞는 네 명의 꿈은 알차다. 윤은혜씨는 십년, 이십년 후에도 ‘나팔꽃’을 지키고 싶다. 김영민씨는 새해에는 결혼해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단다. 박지영씨는 돈을 많이 벌어 집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사직동 국민시장 골목에서 싹을 틔운 희망의 ‘나팔꽃’이 새해에는 우리 이웃의 담벼락에도 활짝 필 것같다.
- 작성자
- 글/김영주·사진/신재봉
- 작성일자
- 2010-01-01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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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40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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