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매디슨카운티의 다리(2)
- 내용
- 이젠 성인이 된 마이클과 캐롤린 남매가 돌아가신 어머니, 프란체스카의 유품을 정리하다 자식들에게 남기는 그녀의 편지와 노트를 발견한다. 그 편지와 노트를 통해 남매는 자신들이 어렸을 적 어머니, 프란체스카가 겪은 4일간의 외도적 사랑의 전말을 알아가게 된다. 드디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과거로 돌아가 중년부인인 프란체스카의 모습이 등장한다. 미국 와이오아주의 어느 평범한 시골의 농장, 두 아이와 남편은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나흘간을 예정으로 집을 떠난다. 혼자 남은 프란체스카는 개에게 말을 건네며 매트의 먼지를 털고 있다. 그때, 길 저편으로부터 차 한 대가 달려와 그녀의 집 앞에 멈춘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중년의 사내, 키가 후리후리하게 크고 어딘가 도시적이며 신중해 보이는 사내는 그녀에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가는 길을 묻는다. 그 즈음에서 수환은 아내를 돌아다보았다. 아내는 화면에 완전히 넋을 빼앗긴 모습이었다. 손에 든 술잔도 잊어버린 듯 입을 반쯤 벌린 채 숨소리마저 죽이고 있었다. 사랑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첫 만남의 순간과 헤어짐의 순간이라고 했던가. 바로 그 짜릿한 첫 만남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으니 아내의 몰입은 충분히 이해할 만도 했다. 그러면서도 수환은 알 수 없는 심술기가 발동해 일부러 하품을 크게 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래도 아내의 시선은 요지부동으로 화면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며, 수환은 슬며시 아내와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수환의 나이 서른이었던가.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어디 짱박아 둔 아가씨가 있는 눈치도 아니어서, 노총각으로 늙어 가는 조카가 자나깨나 걱정이었던 작은 고모는 어느 일요일 수환을 거의 멱살을 잡다시피 하여 호텔 커피숍으로 끌고 갔다. 그런 종류의 맞선에는 이미 넌덜머리를 내고 있던 수환은 심드렁하게 고모의 수다를 들으며 할 일 없이 출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웬 아가씨가 커피숍의 문을 들어서는 게 보였다. 그녀는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눈치였다. 수환은 직감적으로 그녀가 고모의 성화에 못이겨 호출 당한 고모의 시댁 집안 처녀임을 알아챘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를 멋대가리라곤 씨알만큼도 없는 수환 자신과 어색한 대화로 보내야 하는 불쌍한 아가씨였다. 그러나, 그녀가 드디어 이쪽으로 몸을 돌려 고모를 발견하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순간, 수환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단정한 원피스에 싸인 날씬한 몸매, 갸름한 얼굴에 오똑한 콧날과 기름한 눈매…. 그것은 수환이 오랫동안 꿈꾸던 얼굴이었다. 그러나 정작 수환을 전율케 한 것은, 그런 외모적인 요인이라기보다 그 외모가 전체적으로 풍겨주는 어떤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투명함, 그래, 바로 투명함이었다. 담채화의 그 엷고 투명한 아름다움, 그것이 아내가 수환에게 준 첫 느낌이었다. 〈계속〉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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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8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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