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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508호 시정

살고 싶은 도시 부산

“더 늘리고 더 높이고 더 풀어라”

내용

∎특별기고_박주영_전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장


13-02
 

‘변화’는 순식간에 상전벽해식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변화’를 알아채긴 쉽습니다. 또 시나브로, 1커트씩 차츰 달라져 가는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는 인지하기 힘듭니다. 그게 그거고 그날이 그날입니다. 산속에 있어 산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그렇다 해도 시간이 흐르고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어, 이게 뭐지’라며 차이를 깨닫기도 합니다. ‘게슈탈트적 전환’이라고도 하지요.


30여 년 ‘부산 뉴스’를 전해 온 제가 정년을 맞아 되돌아보니 그랬습니다. 시곗바늘을 돌려 35년 전쯤으로 타임슬립을 해볼까요? 1990년입니다.

당시 부산엔 도시철도(지하철) 1호선만 다녔습니다. 바다 위 다리론 영도, 부산대교뿐입니다. 공단은 사상구 사상, 사하구 신평장림, 금정구 금사동 금사 등 3곳만이 가동 중이었습니다. 덩치 큰 컨테이너 트레일러들이 곳곳을 누비고 다녀 도심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았습니다.


이 시기쯤 부산의 최대 난제는 ‘3난4장(3難4場)’입니다. 3난은 ‘교통난, 용지난, 재정난’입니다. 도심 도로가 상습적으로 체증되고 집이나 공장 지을 땅이 모자라며 그걸 해결할 돈도 없다는 거였습니다.

4장은 ‘쓰레기매립장, 화장장, 연탄하치장, 분뇨처리장’입니다. 쓰레기매립장은 생곡쓰레기매립장에다 분리배출 및 자원재활용 등으로 해결됐고, 부산진구 당감동에 있던 화장장은 영락공원으로 옮겨갔습니다. 연탄하치장은 주 생활에너지가 연탄에서 도시가스 등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풀렸습니다. 분뇨처리장 고민은 해양 처리로 마무리됐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등 해상 교량 7개로 이뤄진 해안 외곽순환도로망이 완성됐습니다. 도시철도는 4호선으로 늘어났습니다. 국철격인 동해선도 개통했습니다. 그만큼 교통 소통이 나아졌습니다.


강서구를 중심으로 그린벨트 1천만평이 풀렸습니다. 사상, 장림, 금사에만 있던 공단이 녹산, 미음, 지사, 기장 산단, 센텀시티, 연구개발특구, 문현금융단지 등으로 늘어났습니다. 해운대, 센텀시티, 마린시티, 화명, 명지 등에 신도시들이 들어섰습니다. 요즘 ‘3난4장’이란 말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거의 다 해결됐기 때문이죠.


또 친환경 스마트도시의 세계적 모델이 될 에코델타시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전력반도체특구(기장군), 센텀2지구 도심융합특구(해운대구), 금융특구(남구) 등이 지정돼 사업 추진 중입니다. 최근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양자컴퓨터’ ‘양자산업’의 경우 부산이 3∼4년 전부터 연구센터를 만들고 대학에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는 등 남보다 먼저 나서 미래를 준비 중입니다. 부산시는 지난 3월 ‘인공지능(AI) 종합 전략’을 수립, 실행에 나섰습니다. 21세기 세계 각국, 인류의 새로운 과제인 ‘디지털 혁명’의 파동에 올라타기 위한 부산의 도전인 셈입니다.


부산시는 최근 이런 변화를 ‘늘렸습니다’, ‘높였습니다’, ‘풀었습니다’로 정리한 것을 봤습니다. 일목요연하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부산의 문제나 과제가 다 해결됐을까요?

국내 최초의 인구 소멸 위험 광역시, 국내 최고의 초고령화 도시 등 직면한 과제는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그 해법은 뭘까요? 정답은 아니겠지만 지난 30여 년간 시정 흐름과 변화를 보면서 나름 체득한 제 생각을 말해볼까 합니다.


우선 남들이 하는 것, 좋아 보이는 것, 유행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다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하고 실속이 없습니다. 구색을 다 갖췄으니 보기 좋고 남 따라 하니 사고 위험은 적습니다. 당장 각광받을 수 있으니 큰 고민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것들은 상황이 바뀌고 경기가 순환해 위기가 오면 거품처럼 허무하게 무너집니다. 크게 남는 것도 없습니다.


도시의 정책은 그 도시의 특성, 정체성에 기반해야 합니다. 부산의 정체성은 항구, 교역, 상업, 예술도시쯤 될 겁니다. 이 정체성에 충실하면 정책이든 사람이든 개방성, 다양성, 포용성, 진취성, 창의성 등을 특징으로 하겠지요. 이걸 한마디로 요약하면 ‘글로벌’입니다. 자신, 도시 자체란 우물이나 동굴에 갇혀 그것이 전부인 줄 아는 스탠스에서 벗어나 세계와 호흡을 같이 한다는 뜻입니다. ‘대륙 지향’이 아니라 ‘해양 지향’이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서울, 중국과 다른 셈법, 행보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음은 ‘글로벌’을 중심에 두고 옥석과 경중을 가려 정책적 위계 시스템의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생각과 판단, 행동에 초점이나 중심이 생기고 자주적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됩니다. 선택과 집중은 많은 내용, 설명을 해주는 ‘개념지식’ 외에 어디로 왜 가는지를 아는 ‘방향지식’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백화점식, 문어발식 버라이어티는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시킨 일만 하며 화려한 전시에 만족하고 마는 문제를 낳습니다. 그렇다고 ‘선택과 집중 시스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을 겁니다. 뭐든 다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부산시 직원분들이 보고·기획자료를 ‘복붙’에 약간 가미하는 정도에 만족하지 말고 늘 “왜 이 일을 하려는, 하는 거지?”를 질문하며 변화무쌍한 현장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려는 도전을 즐겨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작성자
부산이라 좋다
작성일자
2025-07-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50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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