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부산다운 건축
- 내용
- 지난 개발시대에서 철거란 말은 개선이나 개혁과 같은 뜻이었다. 오래된 것은 낡았다는 고정관념에서 맘에 안드면 일단 망치질부터 해댔다. 정겹던 우리 초가는 슬레이트나 콘크리트로 대체되고 동네는 온통 원색 페인트로 물들었다. 한솥밥 식구들의 정이 밴 안방과 툇마루도 일순간 허물어지고 덩그라니 신식 건물이 들어서곤 했다. ▶부산에서도 고색창연한 근대 건축물들은 많이 사라졌다. 중앙동 옛 세관건물이나 영주동의 조흥은행 건물은 러시아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이었으나 철거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철거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보존 방안이 마련되었을 것이다. 이미 옛 아메리칸센터와 부산기상청, 옛 경남도청사, 임시수도기념관, 옛 일신여학교 건물 등을 시가 보존키로 결정했는데 이들 건물보다 미려했던 두 건축물은 마땅히 보전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산대 옛 본관 건물도 철거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다. 건축가 김중업씨가 설계하여 1959년 완공된 이 건물은 유리 외관에 회전식 계단, 높은 천정 등으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건물이 안전문제로 철거 논의가 일었지만 지난해 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이 건물의 재건축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아직은 두부 썰듯 완전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니라 안타깝다. ▶오페라 하우스는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를 대표하는 경우다. 일류 도시일수록 건축물에 신경을 쓴다. 상하이는 건물의 설계는 물론 야간 조명에 대해서까지 심의를 한다. 싱가포르에는 꼭 같은 건물은 하나도 없다. 부산시가 부산다운 건축상을 올해 공모한다. 세월이 흘러도 철거시비에 휘말리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은 언제쯤 탄생할 수 있을까.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3-08-07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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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0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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