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천재지변과 인재
- 내용
- 지난달 23일은 가을이 성큼 다가온다는 처서(處署)였다. 처서 이후에는 바람이 서늘해지고 빗줄기도 가늘고 약해진다. 다음 절기인 백로(白露·올해는 9월8일)까지 보름간을 닷새로 세등분해서 처음 닷새는 매가 새를 사냥하고, 다음 닷새는 천지가 쓸쓸해지며, 마지막 닷새는 논에 벼가 익는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공식(?)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이 물바다가 되더니 지난달 말 태풍 `루사'가 다시 한번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루사'는 태풍 ‘사라’ 이후 최악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 수백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가두리양식장은 완전 파손됐다. 도로와 철도, 전화가 끊겨 고립된 지역도 많았다. 저수지 붕괴로 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며칠 만에 수마가 거듭 할퀴고 간 지역도 있다. ▶태풍은 인간이 이미 수없이 `체험의 검증'을 거친 자연현상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진행방향과 규모가 어느정도 예상되며 피해 규모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맞서려고 하기 보다 작은 피해만으로 빨리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대한다. `루사'가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며 북상중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피해지역 모두가 뚜렷한 대비없이 손놓고 있다 큰 피해를 입었다. ▶홍수와 태풍은 아직 완전한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천재지변이다. 그러나 홍수와 태풍 피해가 확률이 적은 천재지변이라고 해서 대비에 소홀했다가 피해를 크게 입었다면 이는 당연히 인재다. 다행히도 부산은 타 지역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작은 피해만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큰 피해를 입을 지 모를 일이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2-09-0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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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0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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