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향부론과 부산지역문화
- 내용
- 최근 충북대 도시행정학과 강형기 교수가 쓴 향부론(鄕富論)이란 책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향부론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을 의식해서 붙인 이름이다. 나라를 잘 살게 하는 과학적 방법을 제시한 국부론의 처방에 따라 영국은 국력을 본격적으로 키웠다. 국부론의 이론적 바탕은 근대화와 산업화로 가는 시발점이 됐고 거대한 서구문명을 이뤄냈다. 서양이 동양을 앞서기 시작한 것도 1776년 국부론 발간을 기점으로 본다. 그러나 200년 이상의 도시화와 산업화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해 졌을까. 오히려 불행해 졌다고 저자는 본다. 산업혁명이래 20세기까지가 부국강병을 지상목표로 삼았던 국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우선하는 지방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문화 없는 국부는 모래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제는 고유한 지역 문화가 바로 지속 가능한 국가 경쟁력의 기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나 그 지역문화는 주민들과 잘 어우러져야 경쟁력을 갖는다. 멋진 시설을 만들어 화려한 개관식을 마치면 그날로부터 시민들과 멀어지는 문화회관이나 먹고 놀기에만 급급한 전시형 축제는 예산만 낭비할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주민의 삶과 지역의 역사, 산업과 미래의 청사진이 같이 호흡하는 지역문화나 지방고유축제를 개발하는 것은 향부론의 중요한 시작이 된다. 일본의 삿포로 눈축제, 고베의 패션 박람회,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 독일의 뮌헨 맥주축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등은 지역의 테마와 주민의 삶이 일치된 한마당 잔치로 지역경제에도 기여하는 모범적인 지역문화다. 국내에서도 부산 국제영화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훌륭한 축제로 이미 자리 잡았다. 게다가 최근 부산 국제 모터쇼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기장멸치축제는 전국에서 문화관광부가 공인한 30대 향토축제에 자갈치 문화관광축제에 이어 새로 진입했다. 기장멸치 축제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역경제를 북돋울 수 있는 산업형 축제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시의 다양한 축제와 지역문화가 향부론을 실천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길 바란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1-09-2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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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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