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단약모임
- 내용
- 마약을 거론할 때 자주 인용되는 사람이 청나라 마지막 황후 완용이다. 완용은 황제 부의와 결혼할 때만 해도 미모는 말할 것도 없고 말도 타고 테니스로 하며 풍금도 하는 현대여성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완용의 궁을 `냉궁'이라고 했을 정도로 황제는 완용의 침소를 찾지 않았다. 아편은 이런 완용의 외로움을 비집고 들어갔다. 완용은 밤낮으로 아편을 끼고 살았고 환각과 정신착락 증세를 보이다 죽고 만다. ▶ 완용은 황후라는 환상적 자아와 여자로서 소외당한 실제적 자기와의 커다란 공백을 감당할 수 없어 마약에 빠진 것이다. 과거 우리사회에도 마약중독자들은 완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잣집 자식으로 선망 받으며 외국유학까지 다녀와 자아는 높은데 실속이나 능력이 없는 이들이 마약에 빠진 예가 많았다. 또 연예인으로 이름을 날리다 거품이 사라진 다음 공백을 감당하지 못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남녀노소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마약이 범람하고 있다. IMF체제 이후 실직자는 물론 근로자, 여성, 10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큰 문제는 격리수용 이외에 이들을 관리^치료할 장치가 부족해 초범자가 재범^삼범의 중독자가 되는 현실이다. ▶ 마약과 약물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약모임'이 다음달 부산에서 출범한다는 희소식이 들린다. 마약중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단약의 의지를 다지는 모임이다. 약물중독자가 스스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이미 선진국에서 약물중독 퇴치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모임이 활성화돼 `마약의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1-08-2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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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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