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큰헤드호 선장
수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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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됐다. 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 구조되고 304명은 사망·실종됐다. 특히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세월호에서 승객 구조를 외면한 채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비인간적인 행동이다. 이들은 '버큰헤드(Birken Head)정신'을 세월호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수장시켜 버렸다.
1852년 2월 남아프리카로 향하던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호가 암초에 부딪혔다. 가라앉는 배 안에서 세튼 선장은 병사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가족들은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희생해 왔다. 이제 우리가 희생할 차례다. 모두 대영제국의 남자답게 행동하라." 이런 선장의 명령에 따라 여성과 어린이 193명을 먼저 구명보트에 탑승시켰다. 선박에 남은 400여명의 병사들은 침몰하는 배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 이후 버큰헤드 정신은 영국과 세계의 대표적인 사회적 규범임과 동시에 직업윤리를 강조하는 전통이 됐다.
버큰헤드 정신은 오늘날 2가지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해상사고 때 우선 어린아이와 여성들을 가장 먼저 구조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선장을 비롯한 모든 선원들은 일반 승객의 대피를 끝까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의 행동을 해외 언론들이 앞 다퉈 비난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버큰헤드 정신으로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선장과 선원들의 빛나는 전통을 한국의 세월호가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모두 울고 있다. 마음 속으로 울고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다짐한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 변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제도, 관행을 고쳐야 한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빨리 빨리' 문화를 바꿔야 한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격을 갖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14-05-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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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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