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수평선/ 영도다리
- 내용
-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1953년 가수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의 한 소절이다. 1·4후퇴 때 피난길에 올라 부산에 와서 헤어진 금순이를 찾아 헤매며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도록 그려낸 노래다. ▶이 노래는 한국전쟁 이후 라디오만 켜면 나오던 인기곡이 됐다. 이후 영도다리도 동족상잔의 아픔과 시대상을 대변해주는 상징이 됐다. 영도다리에서는 전쟁통에 가족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사무치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기도 했다. 다리 밑 `교하촌’에는 고(故) 장기려박사가 천막의 `복음병원’을 열고 인술을 펴기도 했다. 전쟁 이후에는 점집이 호황을 누리는 등 서민의 애환과 눈물을 간직한 곳이었다. ▶영도다리는 전쟁 전에도 유명했다. 국내 최초의 도개교(跳開橋)로 다리를 하늘로 들어 올리는 것을 보기 위해 많은 구경꾼이 몰리기도 했다. 66년 도개교 기능이 중단될 때까지 영도다리가 다리를 들어 올릴 때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지곤 했다. ▶이 영도다리가 곧 자취를 감추게 됐다. 영도다리 부근 옛 부산시청 자리에 세계 최고 107층(465m)의 빌딩 부산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다리가 노후된 것도 문제지만 교통량도 증가했고 새로 짓는 고층건물에 걸맞는 다리를 놓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장중한 모습의 다리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감이 우러나오는 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11-30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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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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