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군님 업장군님 나하고 삽시다
우리 지방의 뱀 설화
- 내용
올해는 계사년(癸巳年)이다. 12생초(生肖)로 보면 뱀의 해다. 뱀은 월동물(月動物)로 재생(再生)·영생(永生)·풍요(豊饒)·다산(多産)·총명(聰明)을 상징하는 동시에 교활(狡猾)·애욕(愛慾)·간사(奸邪)·음흉(陰凶)을 상징한다.
우리 지방에서 전승되고 있는 뱀 설화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업’과 관련된 설화요 둘째는 명당(明堂)과 관련된 설화이며 셋째는 불교와 관련된 설화이다.
‘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면 옛날 재송 본동에 노름이나 하고 술이나 먹고 돌아다니어도 담력만은 대단한 사람이 살았다. 이 사람이 하루는 밤새도록 노름을 하여 돈을 다 잃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자기 집 대문에 이르러 보니 큰 구렁이가 자기 집안에서 대문 밖으로 기어 나오는 것을 보고 자기 집의 ‘업’이 나간다고 생각하고 구렁이의 목을 끌어안고 “업장군님, 나하고 살아야지 왜 나갑니까? 나하고 삽시다.”라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구렁이는 이 말을 끝내 들어주지 않고 들녘으로 기어 나가 남의 논 가운데에서 또아리를 틀고 머물자 이 사람이 아들을 시켜 논의 임자를 불러 그 논을 흥정해 사서 작은 집을 지어 그 속에 구렁이를 모시니 차차 재산이 늘어나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명당과 관련된 이야기는 화지산(華池山)의 정묘(鄭墓)에 얽힌 이야기다. 고려 때 동래부에 부임한 부사(府使)가 지맥(地脈)을 잘 보는 이었는데 그 밑에 동래 정씨의 조상 한 분이 이방(吏房)의 소임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부사가 이방을 데리고 명당을 찾으러 화지산에 올라가 지맥을 살펴보더니 하는 말이 “이 자리(현 정묘)가 명당 자리인데, 저기 멀리 보이는 바위(영도 고갈산의 바위) 때문에 역적이 날 명당 자리다.”라 하였다. 그 뒤 부사는 서울로 영전되어 갔고, 부사의 말을 귀담아 들은 이방이 어느 날 현 양정 들녘을 지나다 보니 큰 막렝隔논가 보릿단 무더기 옆에 있는 것을 보고 “용왕님이 여기에 계셔서 되겠습니까? 빨리 하늘로 승천하옵소서.”하고는 문득 생각하기를 ‘용이 하늘로 올라가려면 구름이 있어야 하는데 구름이 없으니 내가 구름을 만들어 주어야 되겠다.’라 하고 보릿단에 불을 붙여 놓으니 검은 연기가 하늘로 뻗으매 구렁이는 그 연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그 며칠 뒤 이방의 꿈에 용이 나타나 “그대가 나의 원을 풀어주었으니, 나도 그대의 원을 하나 풀어줄 터이니 말하라.” 하기에, “저 영도 고갈산에 있는 바위를 깨어 없애 주옵소서.”라고 하였다. 그리고 며칠 지난 뒤 하루는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끼고 비가 쏟아지면서 벼락이 바위를 내려쳐 부수어 버렸다. 이에 이방은 그의 부친이 별세하자 그 자리에 묘를 쓰게 되었고 그로 인해 발복을 받아 정씨 가문에 정승이 줄줄이 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임진왜란 때 범어사의 매학스님에 얽힌 이야기다. 매학스님이 탐심(貪心)으로 신도들로부터 재산을 모은 까닭에 죽어 구렁이가 되어 절의 고방에 머물게 되었다. 이에 그의 제자인 영원(靈源)스님이 구렁이를 데리고 금강산의 수도처로 가는 도중에 구렁이가 독경(讀經)소리를 듣고 그 대가리를 바위에 부딪쳐 죽으매 그 몸뚱이에서 새가 나오는 것을 안고 가다가 어느날 저녁에 젊은 부부가 자는 방에 넣어주었다. 그 뒤 열 달만에 부부는 옥동자를 얻게 되었고, 그 옥동자가 커서 우운조사(雨雲祖師)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뱀은 집지킴이로서 부(富)와 결부되어 있다는 속신과 그 보은(報恩) 관념 및 탐심으로 재산을 모으고 인색하면 죽어 뱀이 된다는 불교의 인과응보관(因果應報觀)으로 형성된 이야기가 널리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는 뱀의 해이니 우리 모두가 재기한다는 각오로 경제를 다시 일으켜 부(富)를 축적하되 탐심을 가지고 재화(財貨)를 모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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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13-01-1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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