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수평선 /역사 청산
- 내용
- 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에 앞서 `영국흔적\"\ 지우기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우선 역사청산 작업의 주과녁은 대영제국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여왕이었다. 홍콩 우편당국은 여왕의 얼굴이 담긴 16종의 우표에 대해 발매를 중지하고 홍콩의 야경이 담긴 우표를 새로 발매했다. 우체국마다 우표를 구입하려는 인파가 몰렸으며 여왕이 그려진 마지막 우표도 수집열풍에 휩싸였다. ▶103년의 역사를 지닌 `로열 홍콩 요트클럽\"\도 명예회장을 여왕에서 장쩌민 국가주석으로 바꾸고 명칭에서도 `로열\"\이란 단어를 삭제했다. 홍콩주재 외국인이 회원의 상당수인 이 요트클럽은 당초 전통을 고집했다. 그러나 친중국파의 입김이 거세지자 중국과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을 번복한 것이었다. ▶광복 50년이 훨씬 지났지만 부산에는 이같은 흔적 지우기 작업을 해야할 곳이 여러 곳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옛 아메리칸센터다. 지난해 반환됐다고는 하지만 이 건물은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일제 식민지 잔재다. 일제시대 동양척식회사 부산지점이 들어선 건물이었다. 이후 49년부터 반세기 동안 미문화원 등이 무상점유한 건물이었다. 영국의 모습과는 판이한 미국의 모습을, 한·미불평등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물이다. ▶최근 이 건물에 대한 활용방안을 놓고 시민과 전문가들의 토론이 한창이다. 역사청산 차원에서 과감히 해체하고 행정·역사타운을 조성하자는 주장과 이 건물의 변천과정을 그대로 보여 주고 관광자원화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의견 차이는 있으나 모두 우리의 굴절된 역사를 되새기고 극복하자는 데는 차이가 없는 듯하다. 시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수렴된 최선의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9-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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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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