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요사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의 투표방식에 논란이 일고 있다. 청중 평가단 500명이 가장 감동을 준 가수 1명에게 투표하고 합산 결과에 따라 표를 가장 적게 얻은 가수를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형식 때문이다. 그러나 1위에게 투표하는 이 방식은 실질적인 2위가 탈락할 수도 있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가수에게 투표를 한 사람이 ‘B’는 2위라고 생각을 해도 B가 가장 적게 표를 받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탈락자를 선정하려면 제일 못 부른 가수에게 투표하는 편이 낫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런 방식은 부담스럽기에 결국 제작진은 지난달부터 감동을 준 가수 3명에게 표를 주는 1인 3투표제를 채택했다.

이러한 투표 방식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투표 방법으로는 ‘보다투표제(de Borda rule)’가 있다. 이는 안건이나 후보자에 대한 순위를 매긴 후 각 순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더해 최종승자를 결정하는 투표제다. 각종 운동경기에서 올스타를 선정하거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자를 선정할 때 흔히 사용한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 보다투표제를 적용하면 경연에 나선 가수에 대해 청중평가단이 순위를 매긴 후 미리 정해진 점수를 합산한 결과로 탈락자를 정하면 된다.

만일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보다투표제를 도입했다면 그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투표방식은 투표자들이 전략적 행동을 할 유인을 갖는다는 게 문제점이다. 즉 일부 평가단이 자신이 선호하는 가수를 확고하게 1등으로 만들기 위해 실제 자신의 선호와는 달리, 2등이 될 만한 가수에게 아예 최하위 성적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투표제를 제시한 보다(de Borda) 자신도 이를 예상해 “나의 투표제는 정직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