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프레타 포르테
- 내용
- 1995년 10월 파리의 패션계에 한 크다란 사건이 있었다. 세계적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고별 패션쇼를 연 것이다. 마지막 패션쇼는 어찌보면 평범한 웨딩드레스쇼였다. 그러나 파리 패션계의 반응은 떠들썩했다. 지방시의 은퇴를 한 유명 디자이너의 은퇴로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밀라노 런던 뉴욕 도쿄가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위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전후(戰後) 파리 패션을 이끈 사람은 크리스티앙 디오르였다. 디오르는 잡지에 패션삽화를 그린 것이 인연이 돼 패션디자이너가 됐다. 47년 디오르는 자신의 최초 컬렉션에서 패션혁명을 일으켰다. 작은 어깨, 가는 허리, 풍성하고 긴 치마가 특징인 `뉴 루크'를 선보인 것이다. 아름다운 옷을 원했던 당시 파리 여성들의 소망을 충족시켜 준 것이다. 이후 50년대는 그의 독무대였다. ▶디오르가 파리 패션의 고급화에 기여했다면 지방시는 파리패션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60년대초 지방시는 기성복을 도입, 세계여성들이 파리 패션을 싼 값에 사입을 수 있도록 했다. 지방시는 고대 그리스 건축의 단순한 선을 디자인의 모범으로 삼았다. 그래서 지방시의 패션은 단순하고 우아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기성복 역시 파리 패션의 독무대가 됐다. ▶기성복을 의미하는 패션쇼 `프레타 포르테'가 오는 8월 부산에 상륙한다고 한다. 부산의 섬유산업이 유명 브랜드의 하청업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런던 밀라노 도쿄와 어깨를 견주게 된다는 점에서 기쁘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파리가 밀라노 도쿄 등을 경계하는 것처럼 부산도 이번 프레타 포르테 유치를 계기로 하루 빨리 파리로부터 경계의 눈길을 받는 도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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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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