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장애인
- 내용
-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신수·말씨·글씨·판단력을 중시하는 유교전통과 인습 탓에 우리처럼 신체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나라도 드물다. 신체가 정상이 아니거나 지체가 부자유스런 사람에 대한 멸시와 냉대가 유달리 야박했다. 사대부집에선 기형아가 태어나면 가문의 수치로 알고 갖다 버리는 일을 서슴지 않았을 정도였다. 장애인은 평생 숨어살듯 해야 했고 벼슬길에 나선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반면 서구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태도가 우리와 크게 다르다. 헬런 켈러는 가족과 주위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로 불굴의 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 미국의 제32대 루스벨트 대통령이 휠체어에 의존하는 불구의 몸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었던 것도 장애인을 정상인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큰 뒷받침이 됐다. ▶97년 하버드대학교가 경영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 입학한 한국인 척추마비장애인 이일세씨를 위해 6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건물 3곳의 출입문을 뜯어고쳐 감동을 준 적이 있다. 당시 하버드대는 출입문 뿐 아니라 컴퓨터실에는 두 개의 책상을 장애인전용으로 지정해 휠체어 타고 출입할 수 있도록 했고 정교수조차 갖기 힘든 주차권도 마련해 줬다. ▶미국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애인법을 통과시킨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은 당시 “사회의 풍요는 장애인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법은 `동정적\"\법률이 아니라 `장애인을 사회에 통합하는\"\ 법률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이 지체부자유 학생과 일반학생을 통합교육하는 `대안교실\"\을 운영 중이다. 일반인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6-0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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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8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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