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처서
- 내용
- 모기가 들어가고 귀뚜라미가 나온다는 처서가 지났다. 맹위를 떨치던 더위는 한풀 꺾이고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절기상으로는 지나간 입추(立秋)가 가을의 시작이라고도 하지만 가을은 역시 처서가 지나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처서가 되면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고 지금은 보기가 어렵지만 매들이 참새사냥에 나선다. ▶흔히 24절기를 음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24절기는 태양의 변화에 따라 정한 양력이다. 그래서 24절기가 정확히 기후변화를 맞추는 것이다. 처서는 입추와 백로(白露)사이에 둔다. 보통 양력 8월23일쯤에 처서를 두게 되는데 올해도 정확히 이날에 두었다. `처서날에 비가 오면 흉년이 온다'는 속담이 있듯 처서는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 절기다. ▶처서가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온다면 하늘에서는 구름을 타고 온다고 한다. 여름의 대표적인 구름은 확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이다. 위로 솟아오르는 수직형 구름이다. 가을의 구름은 가로로 길게 뻗는 수평형 구름이다. 그래서인지 가을 구름은 부산하게 흘러간다. 쳐다보고 있노라면 범인들도 신선이 된 느낌이다. 처서 후에는 이민을 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떠난 것을 후회케 하는 한국의 가을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가을은 지난 일들을 망각케 한다. 청명한 날씨와 풍요로움 탓일까. 한여름 지독했던 더위도, 부일외고 수학여행단의 참사도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며 잊혀지고 있는 느낌이다. 한여름 한시도 손에서 떼지못하다가 가을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버리고 마는 부채를 빗대 우리 선인들이 일컬은 추풍선(秋風扇)이란 단어가 실감이 난다.
- 작성자
- 부산이야기
- 작성일자
- 2000-08-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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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9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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