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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877호 칼럼

수평선/ 권희로의 고독

내용
 권희로씨가 13일 부산시민이 됐다. 그는 “어머니, 이제는 부산시민이 되었습니다”는 소감을 밝히고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시는 주민등록증과 함께 시민의 종, 국어사전, 한글교본 등을 선물, 권씨를 환대했다. 그는 또 거주할 아파트의 열쇠도 받았다. 비로소 그에게 안정된 삶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국소식이 전해지고 입국할 때까지 10여일간은 지금처럼 평화로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심상치 않은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됐다. 일본의 야쿠자가 협박편지를 보내면서 보복테러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또 석방일자가 국내에 먼저 보도돼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소리도 높았다. ▶어쨌든 일본은 그를 석방키로 하고 조건을 내걸었다. 석방과 동시에 일본을 떠나고 재입국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한국에서 일본을 비방하지 말 것 등이었다. 야쿠자 2명을 사살하고 88시간동안 인질극을 벌인 그에게 일본은 무슨 큰 `시혜\"\라도 베푸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의 전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면 이 조치는 사실 가혹한 조치다. ▶그는 귀국 후 31년 전 사건의 원인이 민족차별이었음을 강조했다. 민족차별을 행하는 일본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곧 “한일 양국관계를 고려해서”라고 말한 뒤 일본에 대한 비난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석방조건 때문이었을까. 일본은 살인자니까 극형에 처했다고 말한다. 그것이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에서 촉발된 인권문제였음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옥살이는 더더욱 억울하고 고독했던 것이다. 아니 지금도 억울하고 고독할지 모른다.
작성자
부산이야기
작성일자
2000-06-0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8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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