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 술과 119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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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약일까, 독일까? 동의보감은 술을 약(藥)으로 보기도 한다. 모든 독기를 죽이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 단 오래 마시면 정신을 상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덧붙임이 있다. 우리 역사에도 술은 정치적 토론의 대상이다. 조선 중종은 과거에서 `술의 폐해를 논하라'는 문제를 낸 적이 있다. "대대로 술을 경계해도 그 폐해는 심각하다.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라는 물음이다.
몇 년 전, 어느 잡지에 `나는 술이 싫다'는 글을 썼다. 반응 중 하나, 언론계 선배로부터 "글 쓸 거리가 그리도 없더냐?"는 질책이 있었다. 망년회 앞두고 무슨 악질적(?) 선동이냐는 것이다. 그 때 특히 폭탄주의 악영향을 강조했다. 여러 종류를 섞어 마시는데 따른 생체학적 부작용이 크다는 것, 뇌와 정신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또 연말이다. 우리 같은 `술 권하는 사회'에서 연말을 잘 넘겨야 한다. 조지훈 시인의 주도유단(酒道有段)론이나 변영로 선생의 `명정(酩酊)40년' 같은 정서·낭만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무조건 같은 양을 고집하는 그 술 권하는 마음들을 잘 이겨내야 한다. 공자가 지적했듯 세상의 이치는 `과유불급' 아닌가. 우리도 `술 마시는 문화'를 되새겨 볼 필요는 없을까? 말술을 못 마시면 정녕 세상사는 예의를 잃는 것일까?
"술, 줄일수록 행복합니다. 1차에서 9시까지 깔끔하게 끝냅니다." 부산광역시가 음주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절주 캠페인에 나선다. 술에 관대한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 잡고,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해 시민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달부터 연말까지를 `음주 폐해 예방기간'으로 지정, 여러 공익광고를 시작한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절주를 서약한 기관장이 있고, 절주 잔을 인근 음식점에 비치토록 한 구청도 있단다. 119운동, 건전한 음주문화의 새 출발이었으면 참 좋겠다.
- 작성자
- 차용범
- 작성일자
- 2009-11-1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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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3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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