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박물관을 다녀와서

 

공룡 똥 화석 보러 해양박물관 가자!

질문내용
보통 해양 박물관이라고 하면 해양 생물이나 그와 관련된 물품들을 전시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해양 박물관은 바다와 인접한 곳에 건립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동해안과 서해안, 남해안에 인접한 도시에 가면 이런 해양박물관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영화의 도시이자 천혜의 관광도시인 부산은 해양과 수산, 그리고 항만의 도시이기도 하다. 물동량으로 봐서 전국 1위의 수출입 항구가 바로 부산이며, 자갈치 시장은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어패류 시장이다. 이렇게 영화와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부산에는 그 명성답게 해양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몇 개 있다. 우선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호주 자본으로 건립한 아쿠아리움 수족관이 있으며 기장군 연화리에는 국립수산과학원 분관인 수산과학관이 있다. 그리고 연산동에 소재한 부산과학교육원의 지하에 가면 해양관련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끝으로 동래금강원에 가면 부산시청에서 운영하는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아쿠아리움은 순수민간자본으로 운영하는 터라 입장료가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데, 그 입장료만큼 만족할 만한 내용의 전시를 한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물론 막대한 시설비와 희귀한 동물 구입비 때문에 그렇겠지만. 이에 반해 나머지 해양 박물관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가격 대비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만족도도 놓고 아이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 가장 성실한 내용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단연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동래 금강공원 입구 근처에 세워져 있는데, 크게 보아서는 금강공원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 금강공원은 예로부터 부산의 대표적인 공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물원도 철수하고, 놀이시설이나 기타 시설이 하도 낡아 시민의 외면을 받는 쓸쓸한 공원이 되고 말았다. 금강공원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과 부산 유일의 케이블카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해양자연사 박물관은 한마디로 알맹이가 꽉 찬 박물관이라고 보면 된다. 해양에 관한한 국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살아 있는 어패류는 말할 것도 없고 화석, 박제품, 산호, 공예품 등은 전시 내용의 측면에서 아주 뛰어난 내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관을 별도 설치한 배려는 높이 살만하다. 혹시 김동섭 박사라고 아시는지? 공식 직함은 한국운석광물연구소 소장이지만 그의 본업은 누가 뭐라 해도 ‘컬렉터(수집가)’이다. 그것도 너무나 대단한 컬렉터이다. 40년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희귀 광물과 운석, 화석, 박제품, 보석 등을 수집한 그는, 수집품의 내용과 규모에서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수집가이다. 또한 아름다운 기증자이기도 하다. 그는 수집한 물품들을 개인적으로 소장하지 않았고 전국 각지의 20여개소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하는 것을 능사로 삼았다. 바로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도 그의 기증품으로 시작된 박물관이었다. 해양 박물관은 지난 1994년 김동섭 박사의 기증품과 여타 시민들의 기증품으로 개관하였다. 제 1, 2 전시관을 비롯하여 총 2,700여 평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는 이곳은 100여 개국에서 수집한 자연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해양 전문 박물관이다. 해양 전문 박물관답게 일반인에게는 해양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유도하고 해양수산관련 전공자에게는 학문적 자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자연을 사랑하고 해양 과학에 관한 꿈을 키우는 데 더 없이 좋은 장소라고 보면 된다. 제1전시관은 총 6개의 주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갑각류관과 패류관, 시각장애인관이며, 2층은 어류관과 한국수계자원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3층의 화석관에 가면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공룡 똥 화석을 만날 수 있어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공룡 똥 화석? 듣기만 해도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주는 말이다. 도대체 이 똥을 눈 공룡은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자세로 볼 일을 봤을까? 상상만으로도 유쾌하고 즐거운 느낌을 주는 화석이다. 화석관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화석을 볼 수 있다. 특히 고래턱뼈 화석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주기에 충분하며, 수억 년 전에 지구에 출현했던 다양한 생물들의 화석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그런데 2전시관에 가면 다소 재미있으면서도 엽기적인 상황을 만날 수도 있으니 심장이 약한 사람은 미리 마음을 좀 먹어야 한다. 2전시관 역시 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1전시관과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1층은 특별전시관으로 활용되고 2층에 가면 두족류(오징어 종류)와 파충류, 대형 어류들의 박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열대생물 탐구관이라는 3층에 가면 박제품이 아닌 살아 있는 파충류들을 만날 수 있다. 도마뱀, 거북, 악어, 뱀 등이 대형 유리관 안에서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특히 목도리 도마뱀 같은 경우에는 생긴 모습이 귀여워서 어린이 관람객들이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아이들과 한창 그 도마뱀들을 구경하고 있다가 사육사가 살아 있는 햄스터를 냅다 안으로 던져도 놀라서는 안 된다. 또한 도마뱀이 그 햄스터를 번개같이 통째로 먹는 것을 보아도 놀라서는 안 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순간적으로 벌어진 그 장면에 다소 놀라고 말았다. 살아 있는 생물을 다른 생물이 통째로 먹는 것을 눈앞에서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도마뱀관 옆에는 뱀 관이 있는데, 이 뱀들도 역시 살아 있는 동물들을 먹이로 한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마음먹고 그 장면을 보고 싶다면 오후 3, 4시경에 가면 된다. 그런데 이것도 어찌보면 훌륭한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은 그 알찬 내용과 풍부한 교육자료, 다양한 볼거리로 인해 부산에서 자랑할 만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박물관의 존재를 부산 시민들조차 잘 모르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굳이 멀리까지 가서 아까운 시간과 비싼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아이들과 단 하루만 놀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 그게 바로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이다. * 해양박물관을 널리 알리고 싶어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몇 개 인터넷 언론과 단체 홈피에 이 글을 기사로 올렸습니다. 앞으로 해양박물관이 우리나라의 해양 문화를 널리 알리는 박물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