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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다녀와서

 

속이 꽉 차 있었던 바다 백과사전 박물관

질문내용
박물관 나들이는 참 오랫만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박물관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학창시절에야 숙제하러 가곤 했으니 전시물을 말 그대로 순수하게 관람해본 기억은 드물어요.
햇살이 참 좋았던 일요일에 산책길에 나섰다가 산길 왼쪽에 "해앙자연사박물관"이라는 팻말을 보고는 들어가 보게 되었어요.
이런 곳에 이런 장소가 있었나 싶은, 참 가까운 곳에 있는 박물관이란 것이 반가웠습니다.


일요일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었어요.
열대생물탐구관까지 관람을 마치고 나서야 아이들이 들어오더군요.
정말 조용하고, 꼼꼼하게 전시물을 둘러보고 나왔어요.
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나오니 백과사전을 한 권 다 읽은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눈이 참 행복하게 지식을 가득 담고 왔구나 싶은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박물관을 들어서서 이층의 계단을 올라갔더니 작은 어항들이 몇 개 있었어요.
눈에 익은 물고기들이랑 거북이들이 먼저 관람객을 맞이 하더군요.
이 곳의 인상 때문인지 작고 아담한 박물관이구나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나중에 열대생물탐구관이나 한국수계자연관의 규모를 보고 깜짝 놀라버렸으니까요.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된 설치미술 작품도 잘 구경했구요.
미술을 보는 눈은 문외한이니 여간해서는 현대미술작품들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라 그런지 의미를 읽기가 수월했습니다.
예술가는 바다를 저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한, 전시실이었어요.
특히 석고로 만든 물방울에 사람 얼굴이 들어가 있던 작품은 묘한 느낌이 들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전시실의 장소가 넓고 커서 멀티미디어 작품이 전시된다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전시 외에도 바다에 관련된 미술품들을 꾸준히 보여주시겠지요.


아, 그리고 인상 깊었던 것이 박물관 벽에 붙어 있었던 기증자 명단이었습니다.
시민들이 가지고 있던 소장품들을 기증하고 그것을 박물관에서 소중히 받겠다는 뜻으로 액자에 이름과 사진, 기증품들을 적어 진열해 놓는다는 것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도 전시물 하나하나가 의미있게 다가오고, 자신역시 이 곳에 다른 사람을 위해 한 가지를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 것 같아요.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 고장의 박물관이라는 친밀감을 주는 듯 했습니다.


바다의 맨아래 바닥에서부터 물속에서 사는 생물, 그리고 그 주위에 사는 생물 모두를 집대성해 놓은 전시실이었습니다.
산호에서부터, 갈매기와 같은 조류들까지 아주 꼼꼼하게 박제를 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각각의 테마가 나뉘어져 있었고, 정말 많은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갈매기니, 가오리니 하는 것들은 익숙한 생물들이지만 전시실에서 보고 있으려니 좀더 넓은 의미에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지구에서 살고 있는 한 개체로서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해야하나.^^
이런 생물들이 거대한 바다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구나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어요.
아마도 이런 전시물들을 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그런 생명의 의미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해양 공예물관에는 자개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구요.
새삼스럽게 자개역시 바다의 생물이었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부속물들까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참 세심한 박물관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성게, 멍개, 불가사리, 오징어, 문어..
이건 먹을 수 있는 거고, 이건 처음 보는 거고.
조용한 전시실에서 어른 두 명이서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새삼스럽게 왜 그리 모든 것들이 신기해 보이던지.
커다란 오징어와 커다란 갈치에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아주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박물관에서 종종 마주쳤던 고래박제를 볼 때마다 감탄했었구요.


열대생물탐구관은 분위기가 아주 멋졌습니다.
약간 어둡고, 서늘하기도 한 것이 이국적인 분위기가 들었어요.
분위기도 감상해 한 몫을 하는 듯 싶었으니까요.
악어와 뱀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다 잠을 자고 있어서 모습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동물원에서도 이렇게 뱀과 악어를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던 듯 싶어요.
박물관에서 살아 있는 뱀과 악어를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런 생생한 체험관이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가장 멋졌던 것은 한국수계자연관이었어요.
들어가자마자 입을 다물수가 없었는데 벽 전체가 바다의 단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처럼 전시가 되어 있었어요.
바다의 지형을 배경으로 만들어 놓고, 떼를 지어 움직이는 물고기 모형하며 게나 뱀장어 같은 어류외의 또다른 생물들도 있었구요.
한국의 담수와 연근해 생물들이라 그런지 생김새도 이름도 친근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토록 다양한 물고기가 바다속에 살고 있다는게 놀라웠구요.
학생들이 참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아래와 왼쪽 오른쪽에 떼를 지어서 모여있는 물고기 모형들을 보면 시선을 뗄 수 없을 것 같아요.
설명도 아주 쉽고 눈에 잘 들어오게 적혀 있었습니다.


동선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또다른 수족관이 보이더군요.
말로만 듣던 식인물고기 피라냐나 캐비어로 유명한 철갑상어도 구경할 수 있었구요.
살아 있는 물고기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 곳이 해양박물관 맞구나 새삼스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고기를 구경하러 수족관에 가기도 하잖아요.
박물관이다 보니 화려한 볼거리는 없겠지만, 우리의 바다에 대해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입구에 전시된 공룡동상에서 사진도 찍었구요.
참 머릿속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관람하기 좋은 장소에 자리하고 있는 박물관이에요.
산책길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서 구경할 수 있는 유익한 장소가 되니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박물관 같지만 정말 많은 전시물들이 있었고,
내실이 아주 꽉 차있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컴퓨터가 꺼져있어서 영상자료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열대생물관의 출구쪽에 쉽터가 있는 것이 관람객들의 위한 배려같아서
좋았었구요.
그 곳에도 모형분수가 있어서 물소리가 들리고, 벽에는 해양에 관련된
자료들이 붙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곳에 있는 동안에는 해양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해보자라는 뜻이
들어 있지 않나 혼자 생각했습니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박물관이 되길 기대합니다.
매사가 좀 시큰둥해지는^^ 어른의 눈으로 봐도 볼거리가 가득 했던
박물관이었거든요.
부산에서 이런 장소를 찾아보기가 참 힘들기도 하구요.
앞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는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이 되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