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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다녀와서

 

바다의 신비와 가능성을 느끼게 하는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질문내용
연둣빛의 부드러운 봄기운이 충만한 3월에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봄 소풍 겸 해양자원에 대한 공부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지요. 3층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알차고 흥미롭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사람은 오감을 이용해서 느낄 때 그 기억을 오래 간직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기존의 박물관은 오직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관례가 되어 있었는데, 요새는 박물관들이 관람객의 욕구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1층의 터치풀에서 해양생물을 손끝으로 세세하게 만져보며 느끼는 감촉은 신선했습니다. 특히 박물관 관람이 버거울수도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1층의 패류관에서는 가지각색의 패류의 모양 뿐 아니라 이름도 재미있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이름에 관심을 기울여보긴 처음인 것 같네요. 수탉벼슬굴(쭉 뻗어나온 수염같은 돌기가 흥미로웠어요.), 천사의날개조개(정말 천사의 날개처럼 하얗고 결고운 조개였습니다.), 코끼리조개( 크기가 커서 코끼리조개인 듯 했어요), 황제국화조개(기품이 느껴지는 조개랍니다.) 등등. 주로 생긴 모양을 가지고 이름을 짓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쁘게 생긴 패류들은 이름도 그에 맞게 지어지는 것이지요.

갑각류관은 제가 좋아하는 가재, 새우, 게 등이 전시되어 있어서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며 관람했습니다. 거미다리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매끈하게 빠진 긴 다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롱다리 미녀지요. 하지만 다리에 살이 없어서 식용으로 이용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흥미있는 곳은 파충류관이었습니다. 텔레비전의 동물의 왕국에서 보아왔던 것들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아나콘다나 도마뱀 등은 징그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구 한편에서 이런 동물들이 활개치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니까 새삼 세상이 신비롭게 여겨집니다. 박물관이라서 박제된 전시물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파충류를 직접 보게 되니까 더욱 실감나더군요. 박물관이 동물원의 기능까지 부분적으로나마 끌어안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는 파충류로 생생함도 느끼고, 박제된 파충류로 구석구석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 같았습니다.

어류관은 그나마 익숙한 물고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생선도 맛만 기억할 뿐, 이름도 가물가물 특징도 가물가물하길래 메모지를 들고 필요한 것들을 메모했습니다.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보면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입니다. 익숙한 물고기들, 식용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은 이름을 암기했습니다. 이제 수산시장에 가면 “이 물고기 이름이 뭐예요?”하고 묻지 않아도 될 만큼 공부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낚시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따라다니곤 하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버지는 신기하게도 낚아올리는 물고기 이름을 귀신처럼 알아맞히십니다. 이름을 익히는 게 관심을 표현하는 첫 번째겠지요. 자세히 살펴보니 한 마리 한 마리의 물고기 생김생김이 저마다 특색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쌍둥이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듯, 비슷하게만 보이던 물고기들도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될 수 없는 물품은 없겠지만, 그래도 상식을 넘어서는 전시물들에 황당하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공룡똥화석은 왜 전시했는지 처음에는 의문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내 바짝 달라붙어서 살펴보는 제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박물관이 아니라면 제가 어디에서 공룡똥화석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성을 쏟고 자주 어루만져주고 관심을 기울이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박물관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박물관하면 정체된 이미지로 기억되는 곳들도 있는데,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은 좀 다릅니다. 박물관이 활기찬 젊음의 모습으로 자리할 수 있는 비결은, 공을 들이고 가꾸어나가는 사람들의 손길 때문이겠지요. 몇 시간을 관람해야 되는 수많은 전시물들이 체계적으로 잘 정돈되어 있었고, 전시물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도 반가웠습니다. 해양도시 부산의 이미지에 걸맞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좀 안타까웠던 점은 전시물들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도우미분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정도 규모의 박물관이라면 있을법했는데 말이죠. 해양과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교육을 받은 후 자원봉사를 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박물관의 질에 비해서 관람객의 수가 적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로 박물관 알리기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 가듯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공룡 앞에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꼬마 친구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은 공룡이네요. 매니큐어를 바른듯한 하얀 공룡 손톱과 앙증맞게 벌리고 있는 입과 똥그란 눈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만화 캐릭터 같은 공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풍부한 해양자원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무한하다고 생각되어지는 해양 자원도 지키고 가꾸어나가지 않는다면 언제 어떻게 고갈될지 모르는 법입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을 통해 바다의 신비로움, 가능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즐겨찾는 박물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