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니던 회사가 금정구 방면이라 출퇴근 시 항상 보면서 '저런 곳이 있네..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인가..?' 창밖으로 유심히 보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워낙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인체의 신비, 공룡대전 등 박물관이나 체험관 이런 쪽을 좋아하는 편인데 몇 년 전 해운대 아쿠아리움에 방문했을 때도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상어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지 못 할 자연의 신비로움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터라, 제가 모르고 있던 곳에 그것도 출퇴근을 하며 우연히 발견한 이곳이 저로선 신선했고 호기심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마다 만나는 남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런 게 천생연분인지 참 우연찮게도 남자친구도 그 곳을 우연히 보았는데 한번 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원래는 영화 보기로 한 날이지만 기분 좋게 급선회하여 그간의 호기심 대상이었던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의 문을 처음으로 그렇게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같으면 방학숙제랍시고 뭉그적거리며 겨우 왔을 법한 곳을 어른이 되어 성인의 눈으로 전시관을 돌아보는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웃음이 나더군요.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르는 일반모양(?)의 '게'는 한 단면일 뿐이었고 원숭이게, 빨간송편게 등 이름도 모양도 특이한 것들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또 모양은 약간 다르지만 소라를 보는 순간 어릴 적 아버지가 잘 들어보라며 작은 제 귀에 대어주던 그 소라껍질이 떠올라 살짝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류관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회는 물론이고 생선구이 생선찌개 등 생선요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직 미혼인데다 눈썰미가 없다보니 늘 이름도 헷갈리고 생선구별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잘 아는 남자친구가 절 위한 코너라며 놀리는 통에 이번을 기회삼아 단단히 익혀보겠노라 큰소리 치고 둘러본 곳입니다. 그 자리에서 중얼중얼 하며 이름과 생김새를 기억해놓으려 애쓰며 어류만큼은 일상생활에서 보는 것들을 더 자세히 보려했는데 역시나 제 취향이 특이한지 파랑쥐치, 육각복 이런 약간 독특한 모습이나 이름이 기억에 더 남네요. 그외엔 금새 또 잊어버리지나 않을 지 걱정이 살짝 되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공부엔 복습이 필요하다고 우겨서 그 핑계로 다시 방문해 마스터 하는 방법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한 흥미로웠던 건 화석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을 전공해볼까 하고 심각하게 진로 고민을 해봤을 정도로 지구과학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화석을 보는 순간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해양박물관 하면 으레 물고기나 어패류를 종류별로 많이 접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머물렀을 뿐 해양 생물체들의 화석이 있으리라고는 단순하게도 미처 예상치 못했었습니다. 고동류나 물결 화석들은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외는 조금 생소해서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과거의 한 생명체나 그 흔적들을 현재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화석'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고귀한 가치를 가짐을 다시 한번 새삼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고 더 다양한 화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그 외에도 도마뱀이나 뱀 파충류도 있었는데 징그러울 것을 미리 예감하고 몸이 움츠러들었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래도 잘 견뎌낸 것(?) 같습니다. 외모만 그렇지 다 같은 생물인데 미워하면 안 되겠죠.^^ 오히려 사이즈 작은 물왕도마뱀 같은 경우는 의외로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북이가 떠오르네요. 예로부터 십장생 중 하나로 꼽히며 또한 느리지만 마지막엔 강한 이미지로 우리나라 이솝우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동물이라 생각됩니다. 느릿한 이미지가 순해 보이고 듬직해 보여 마음에 들고 딱딱한 껍질을 이고가다 목과 발을 쏙 넣어놓은 거북이를 보면 너무 귀엽게도 보입니다. 친구 남동생이 거북이에 관심이 많아 책도 읽고 심지어 방안에 어항을 만들어 키우고 있는 걸 봤는데 제가 다녀온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을 소개해 줄까 합니다. 책으로만 보던 것을 실제로 접할 때 느끼는 감흥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를 알기에 꼭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남자친구와 저 단둘이가 아닌 다음에는 사랑하는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오면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전의 우리들처럼 숙제를 위한, 선생님께 보이기 위한 방문이 아닌 너무나도 자연스레 스스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경험을 주고 싶습니다. 사람은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자연과 더불어 생활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각종 매체 발달로 우리네 생활이 많이 바뀌어 가지만 어른도 아이도 자연과 생태를 잊지 않고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연 생태를 보고 느낄 좋은 기회를 주신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측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 많이 알려져서 부산 시민들 모두가 한번쯤 거쳐 갈 수 있는 박물관, 나아가 부산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 잡힐 만큼 크게 발전하는 해양박물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