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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다녀와서

 

2005년 7월, 그 이후...

질문내용
2005년 7월 어느날.
장맛비가 며칠째 계속되어 기분이 아주 처져있었답니다.
아이들도 마음껏 바깥놀이를 하지 못해 짜증만 부리고 있었구요.
저도 괜히 짜증이나서 인터넷이나 뒤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부산에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해양자연사 박물관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당장 빗속을 뚫고 애들 둘을 데리고 나섰습니다.
박물관 맞은편에 큰 주차장이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물관 마당으로 차를 살짝 들이밀어보니,
직원분께서 친절하게도 주차안내까지 해주시더군요.
(사실, 관람객들이 차를 대는 장소는 아닌 것 같아서
나중에는 좀 미안했습니다....ㅜㅜ)

아이들이 마당에 내려서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터졌습니다.
한쪽 마당에 서 있는 커다란 황토색 공룡이 아이들을 맞아주더군요.
옆에 서 있는 조그만 육식공룡 모형도 아주 좋아했어요.
빗방울이 제법 떨어지는데도 그 큰 공룡에 매달리고,
비를 피한다며 새끼 공룡처럼 공룡 모형 밑으로 숨는 모습에
얼마나 웃었던지요.

어두운 곳을 싫어하는 3살짜리 아들놈은 처음에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지 뭐예요.
하지만 입구에 있는 수족관을 보여주며 안에 들어가면
이런 것이 더 많다며 재촉했더니 마지못해 들어가더군요.

ㅎㅎ 하지만, 박물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더 이상 재촉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어요.
7살난 누나랑 둘이서 누가누가 더 호들갑떠나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와, 이 귀상어 좀 봐." "야! 이 쥐가오리가 더 커!"
" 청상아리 이빨 봐,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걔랑 똑같애!"
둘이서 난리가 났습니다.
저도 덩달아 신이 나서 마구 뛰어다녔지요.ㅋㅋㅋ

펭귄 박제랑 각종 바다새 박제도 인상적이었어요.
생각보다 펭귄이 너무 작았고 갈매기는 또 엄청 크더군요.
3층에서는 더 난리가 난건 말할 것도 없어요.

살아있는 뱀은 저도 처음보았거든요.
엄청나게 큰 아나콘다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꼼짝도 않더니
나중엔 스르르 바위를 타고 기어올라 가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셋이서 어떤 호들갑을 떨었을지, 안봐도 비디오죠?

불가사리와 작은 상어를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터치풀 앞에서
한참 동안 놀았어요.
처음엔 물고기가 깨문다면서 물 속에 손도 집어넣으려 하지 않던
아들이 나중엔 상어 꼬리를 잡고 거꾸로 들기 까지 했어요. 겁도 없이...

다시 1층으로 빙글빙글 돌아 내려오는 계단에서는
피라냐를 만났지요.
와! 짜식들 정말 성질 사납던데요.
유리창에 손을 들이미니까 정말 물 것처럼 달려들더군요.
저도 소름이 쫙 끼쳤답니다.

1층에서는 제일 큰 박제가 있었는데 그게 뭐였는지 생각이 잘 안나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고래상어인 것 같은데..
거기서 딱 벌린 물고기 입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어요.
우리 애들이 물고기 한테 잡아먹히는 장면처럼 연출해서 말이예요. ㅎㅎ
정말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그 이후로 우리 아이들은 해양자연사 박물관 팬이 되었어요.
토요일이나 일요일, 심심하다 싶으면 박물관에 가자고 자주 졸라요.

하지만 솔직히, 저는 세번쯤 보고나니 흥미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물속 나라 내 친구' 같은 특별전을 할때마다 갔지만
좀 더 특별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기획전을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해요.

특히, 아이들은 직접 만지는 걸 좋아하는데
불가사리나 새끼 상어같은 종류로 한정하지 말고
이구아나나 작은 도마뱀같은 것도 뚜껑없이 바로
보거나 손대볼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해운대 아쿠아리움처럼 장소를 정해서 살아 있는 펭귄을
직접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해양 수도' 부산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해양에 관해 큰 흥미를 가지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해양 한국'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자라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구요,
그런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시는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에 힘찬 화이팅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