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심형 국립공원, 금정산을 “걷다 오르다 품다”
탐방로·계곡·훼손 구간 ‘정비·복원’…탐방객 ‘힐링 산행’ 더 편안·안전
멸종위기종 체계적 생태복원·관리…전문 숲해설가 친절한 산행 안내
범어사·금정산성 역사·문화 유산…공원 예우 걸맞은 관리·보존
- 내용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여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여 보냈다 이건 아무 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그놈의 품은 원체 넓고도 깊으니 황망한 서역이 배고파 외로워 울거든 그걸 조금 떼어 나누어줘도 괜찮다고 일렀다 그렇게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살다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무엇보다 먼저 그것부터 잘 모시고 와야 한다고 일렀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가 바로 그것이라고 일렀다 이 아비의 어미의 그것이라고 일렀다” -최영철 시(詩) ‘금정산을 보냈다’ 전문
[부산, 봄을 걷다] 금정산국립공원
“요르단 취업이 확정됐어요.”
‘금정산을 보냈다’는 아들이 이역만리 요르단에 취업이 돼 중동 갈 적에 아비의 마음을 담아 쓴 시(詩)라고 부산의 시인 최영철은 말한다.
2010년 당시, 머나먼 열사의 땅 요르단은 분쟁지역이었다. 시인은 아들이 떠난다는 이야기에 이별의 서러움보다 부모가 해준 게 없다는 부채감만 더했다고 한다. 떠나는 아들에게 시인인 아비가 해줄 수 있는 건 금정산을 담은 시 한 편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들이 나고 자란 부산의 모태와도 같은 금정산을 시로 선물한다.

△금정산국립공원이 3월 3일 국내 첫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된다. 금정산국립공원의 지정 면적은 백양산을 포함해 66.859㎢ 규모이다(사진은 진달래가 활짝 핀 금정산국립공원의 봄). 사진 제공·금정구부산 금정산이 3월 3일 국립공원 반열에 오른다. ‘대한민국의 진산’ 타이틀을 단다.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정부(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립공원의 날’인 3월 3일 금정산을 대한민국 24번째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한다. 국립공원의 날은 국립공원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국립공원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2020년 6월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금정산은 부산 6개 자치구와 경남 양산시에 걸쳐 있는 도심형 산이다. 기존 국립공원이 외곽 산지 중심이었다면 금정산은 도심 가까이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다. 지정 면적은 백양산을 포함해 66.859㎢ 규모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려면 자연생태계, 자연경관, 문화 경관, 지형 보존 등의 필수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금정산국립공원은 문화 자산과 생태계의 보고이다. 자주땅귀개, 수달, 삵, 고리도롱뇽 등 멸종위기종 14종을 포함해 1천7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산봉, 기암, 동굴 등 자연경관 71곳과 국보 삼국유사, 천년고찰 범어사, 국내에서 가장 긴 금정산성 등 총 127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문화재가 가장 많은 북한산국립공원보다도 11점이 많은 수치다.
금정산은 국립공원 지정으로 정부(국립공원관리공단) 차원의 보호와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 여러 지자체에서 나눠서 관리하던 체계를 벗어나 국립공원공단이 직접 운영하게 된다. 국립공원에 걸맞은 예우를 받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더 편하고 안전하게 금정산을 걷고 오를 수 있다. 주요 탐방로를 중심으로 안내판 설치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낡고 오래돼 위태로웠던 탐방로와 계곡, 무분별하게 훼손된 구간이 정비·복원된다. 편의시설과 안전 장비 보강, 방문객 안내 프로그램 확충 같은 등반 환경이 크게 개선된다. 무장애 탐방로와 생태공원, 자연학습장 등 체험 프로그램도 새롭게 조성된다. 탐방로와 안내 시스템이 정비되고 안전시설이 늘어나면 더 안전하고 편하게 금정산을 오를 수 있다.
전문 인력 투입으로 산불, 안전사고, 재난 대응 분야가 한층 체계화되고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식물 복원도 시작된다. 범어사, 금정산성처럼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유산도 국립공원 차원의 관리·정비가 이뤄진다. 전문 숲해설사도 늘어난다.
2024년 기준, 북한산국립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670만명, 경주국립공원 386만명, 지리산국립공원 376만명, 한려해상국립공원 269만명을 각각 기록했다. 도심에 자리한 금정산은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이미 300만명을 넘어섰다. 국립공원 지정으로 연간 방문객은 4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금정산국립공원준비단 관계자는 “흡연, 취사, 야영, 상행위, 야생동물 포획, 오물·폐기물 무단투기 등이 금지된다. 반려동물을 동반해서는 안 되고, 공단이 지정한 곳에서는 음주도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 작성자
- 부산이라 좋다
- 작성일자
- 2026-02-2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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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603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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