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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목조 선박 만드는 이유? , 명품 해양관광 시대 준비해야죠

국내 유일 나무배 자체 제작
마을 활력…관광 활성화 ‘한몫’

초·중·고 학창 시절 보낸 ‘영도’
‘우든 보트 빌리지’ 조성 목표

내용

오래된 빈 집들이 게스트 하우스, 카페, 식물원 등 매력적인 변신에 성공한 영도 봉산마을. 이곳 어귀에서 톱밥 냄새가 은근히 배어난다. 조금 더 다가서자 묵직한 곡선을 품은 나무배 한 척이 천천히 형태를 드러낸다.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우든 보트(Wooden Boat)’다.


“현재 목조 선박을 직접 만드는 곳은 국내에서 라보드가 유일합니다.” 한창 나무를 마름질하던 이경진 대표(43)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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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진 라보드 대표<사진>는 영도 봉산마을에서 목선(나무배)을 자체 기술로 제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영도를 ‘우든 보트 빌리지’로 발전시키면 제조업과 관광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제공·라보드


∎인터뷰_라보드 이경진 대표

통영 욕지도와 부산 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대표는 통통배와 여객선을 타며 자랐다.

“여객선은 제게 너무 익숙한 공간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동 수단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게 답답했죠.” 이 대표는 호화 크루즈까지는 아니어도 섬을 오가는 여객선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면 부가가치가 클 것으로 생각했다.


목조 선박의 무궁무진한 부가가치

“베니스가 해양관광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은 목조 선박인 수상버스와 택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정성 들여 예쁘게 만든 우든 보트가 베니스 곳곳을 연결하죠. 그 아름다움과 낭만이 베니스를 더욱 특별한 도시로 만들어 줍니다.”


차를 만들면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바다는 건널 수 없다

‘배를 직접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은 한참 뒤에 찾아왔다. 직장 생활을 하며 보내던 어느 날, 아내의 권유로 강원도 원주의 ‘올리브선박학교’를 찾았다.

“첫눈에 반해버렸죠. 목조 선박을 만드는 분들의 모습이 마치 예술가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날 이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입학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첫 수업에서 원장이 말했다. “차를 만들면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바다는 건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만든 배로 새로운 세상에 나가길 바랍니다.” 그 말은 지금도 그가 목조 선박을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조선 1번지, 영도에서 창업

이경진 대표는 “목조 선박 학교를 나왔지만, 목조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 창업을 결심했다”라고 말한다. 졸업 후 이 대표를 포함한 동기 네 명은 고민 끝에 영도를 사업지로 택했다.


영도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이 대표는 영도초와 신선중·부산남고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을 보낸 영도는 1937년, 국내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조선중공업(현 HJ중공업)이 설립된 터전이었다. 한때 ‘대한민국 조선 1번지’라 불렸던 이곳의 비탈진 언덕 아래, 나무배 제작소 라보드가 자리한 것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영도를 선택한 건 바다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공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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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 제작 모습. 사진 제공·라보드


영도에서 목조 선박을 완성하다

라보드팀은 단순히 배만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선박 운영 노하우가 적용 가능한 곳을 찾아 교류에도 나섰다.

“멤버 두 명은 남극 세종과학기지로 갔어요. 실제 선박 설비와 운항 기술을 전수하고 또 배우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쌓은 경험과 준비 끝에 지난 2020년 8월, 5년 만에 첫 배를 진수했다. 33피트급 연안여객선 ‘세투스(Cetus)’. 이름은 고래자리에서 따왔다. 세계적인 작가 헤밍웨이의 보트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된 세투스호는 라보드의 첫 결실이었다.


“예산이 부족해서 낮에는 각자 일하고, 밤에 모여 배를 만들었어요. 완성했을 때의 기쁨보다 바다에 띄웠을 때의 감동이 훨씬 컸어요.”

이후 국내 유일이라는 입소문과 함께 우든 보트의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목조 선박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의 문의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목조 선박의 생태계를 넓히는 차원에서 모형 선박 제작 교실과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목조 선박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더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야죠. 세계인의 숨은 니즈가 부산으로 향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저희가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배를 만드는 이유입니다. 대형 조선소가 철판으로 거대한 배를 만든다면, 우리는 나무로 작지만, 정성 어린 배를 만들죠. 둘 다 부산이 가진 힘입니다.”


부산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리아스식 해안 도시다. 이 대표는 이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바닷길로 연결하는 것이 명품 해양도시로 나아가는 빠른 길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의 비전은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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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 제작 모습. 사진 제공·라보드


“깡깡이예술마을, 봉산마을과 연계해 영도를 ‘우든 보트 빌리지’로 발전시킨다면 제조업과 관광이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포틀랜드가 아웃도어 산업으로 도시를 재생한 것처럼요.” 그의 구상은 영도를 넘어 부산 전체, 나아가 대한민국의 해안을 아우른다.


“부산의 해안을 따라 남해, 서해, 제주로 이어지는 해양레저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습니다. 영도를 기반으로 말이죠.”

대한민국 조선 1번지 부산에서 나무배를 만드는 사람들, 라보드의 항해는 계속된다.


글·목지수 ㈜싸이트브랜딩 대표·월간 ‘집앞목욕탕’ 발행인

작성자
부산이라 좋다
작성일자
2025-10-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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