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우리는 하나하나∼ 우리는 원팀원팀!" 　지난해 8월 부산을 찾은 세계 각국의 장애인들과 함께 한 2023부산세계장애인대회 폐막식에서 울려퍼진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는 부산지역 발달장애청년들의 사회적응을 돕고, 직업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임정환 부산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장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발달장애인 보호자들.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바꿔놓겠다며 장애인직업적응훈련센터가 문화예술사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이상한 시선도 있었다. 

　"우리 아이는 말은 좀 어눌하지만, 노래와 춤을 너무 좋아해요."

　대화는 잘 안 되지만 노래를 잘하는 자폐성 장애인 병수(가명), 고질적인 통풍이 있지만 노래만 흘러나오면 멋진 춤을 추는 지적장애인 재환(가명), 평생 눈칫밥만 먹으며 성장해 온 바람에 연기 꾼이 되어버린 지적장애인 혜림(가명) 등등.

　이들을 만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노래와 춤, 연기로 장애인식 개선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극단을 만들어보자며 발달장애청년 뮤지컬 극단 `하이파이브 친구들'을 2016년 창단했다.

　창단 초기에는 다른 공연팀의 도움을 받아 특수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는 정도였지만, 점차 발달장애청년들이 주축이 돼 지금은 특화된 전문 공연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이파이브 친구들'은 지난해 2023부산세계장애인대회 폐막식에서 창작 작품을 소개했고, 서울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복지학회 학술대회에서 공연했다. 그리고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제15회 장애인 직업재활의 날 행사 축하공연도 펼쳤다. 이처럼 굵직한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진행하며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초청공연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장애에 대해 긍정적 이해를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

부산의 발달장애청년 뮤지컬 극단 `하이파이브 친구들'이 지난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5회 장애인 직업재활의 날 행사에서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또한 뮤지컬 극단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발달장애청년들이 미술, 공예 등 다른 문화예술 분야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해 지역 내 유명 애니메이션 업체(SAMG ent, 퍼플박스 등)에 취업해 작품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발달장애청년 작가들의 최근 작품 중에는 기업의 ESG 실천 의미를 담은 `지구생활'이라는 이름의 장바구니도 있다. 이들의 작품으로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문화예술교육단체인 `드림꿈센터'와 함께 서면의 동천문화홀에서 기획전시를 개최해 발달장애청년들이 꿈을 상상하고, 꿈을 그리며, 꿈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매년 마로니에 공원과 청와대 춘추관 등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서울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장애인문화예술축제가 열린다. 그곳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부산에는 장애인문화예술이라는 분야 자체에 관심도 적고 활동 역시 아직 민간 차원에서 부분적으로만 진행되고 있어 많이 아쉽다. 부산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공연을 펼치고 전시회를 열며 부산시민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발달장애청년 뮤지컬 극단 `하이파이브 친구들'은 이제 지역에서 자리 잡아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문화예술 분야 복지일자리로도 당당하게 자리매김했다. 앞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장애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마련돼 머지않은 미래, 부산시민도 언제 어디서나 장애인문화예술을 편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