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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318호 전체기사보기

한 그릇 콩나물비빔밥으로 온기를 품다, 세상을 잇다

이희숙 원조콩나물비빔밥 대표(제39회 자랑스러운 시민상 대상)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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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이희숙 대표는 지난 1992년 식당 개업 때부터 부산진역 인근 노숙인 10여 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시작해 매주 100여 명에게 무료 급식 봉사 및 밑반찬 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다.사진:권성훈



1992년 식당 개업, 30여 년 이어온 나눔
무료식사·밑반찬 지원·장학금 후원
지역사회 선한 영향력 전파



“배고픈 사람 우리 집에 오면 항상 밥이라도 배부르게 드시고 가라는 마음으로 여태까지 해 온 것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상을 주시네예. 구청에서도 몇 번 표창장 받으러 오라 해도 손님 땜에 가게 비울 수 없어서 못 갔는데, 이번엔 시장님이 주시는 의미 있는 상이라 해서 시청 가서 상 받고 사진만 찍고 퍼뜩 왔어예. 기분이 좀 묘했어예.”

35년째 시장통 골목 안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있는 이희숙 여사. 제39회 자랑스러운 시민상 ‘대상’을 받았다. 부산발전과 시민행복을 위해 헌신, 봉사, 노력해 온 시민에게 드리는 귀한 상이다.
“같이 상 받은 분들이 다들 우리 사회에서 명망 있는 분들이더라고예. 거기에 비하면 저는 끼일 데가 없는데 옆에 계시던 백병원 김무성 교수님이 “저희들에 비하면 사장님이 진짜 더 훌륭하시다”고 말씀해 주셔서, 지금도 제 마음이 울컥합니다.”
어느 시인은 노래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이희숙 씨도 그렇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칠 수 있는 시장 골목 작은 밥집에서, 배고픈 이웃을 위해 더운 사랑의 한 끼 밥을 나눠왔다. 가난해서, 여자라서 마음껏 공부 할 수 없었고, 자식 키우고 먹고살기 위해 자신을 돌볼 수 없었던 세월에 한 순간 목 메인 눈물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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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손님 맞이로 바쁜 이희숙 대표.

수십 년간 보이지 않게 나눔·선행 실천
“처음엔 새벽 5시 첫차 타고 장 봐와서 아침 장사도 했어예. 그땐 부산진역에 노숙자들이 많았는데 아침부터 찾아와 예. 밥상 차려드리고 싶지만 장사하고 있으니 밥이며 국이며 반찬 담아서 같이 나눠드시라고 드렸죠. 장사 마칠 때쯤 되면 저녁 받아 가시고.”
“저는 장사하면서 지금까지 추가 공깃밥 드셔도 돈 안 받아봤습니더. 저희 엄마가 항상 ‘밥은 갈라 먹고살아야 된다. 배불러야 사람이 웃음이 나온다’ 그러셨거든예. 그래서 그런가 좋은 손님들만 오시고. 제 여력만큼 무료급식 봉사도 하고,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 밑반찬 만들어서 나눠드리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표창장도 주시고, 가게 앞에다 ‘착한 가격 물가 안정 모범업소’라고 붙여주시고 그러시데예.”
물방울 하나가 비록 작아도 자꾸 모여 큰 강을 이루듯이 작은 선행이라도 가벼이 하지 않고 몸소 실천해왔다.
“한참 오래 전 일인데, 우리 식당에서 엄마하고 아들하고 둘이 밥 먹으면서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예. 아들이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하는데 돈이 없어서 안경을 못해주는 거라. 제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요 앞에 안경점에 가서 돈을 맡겨놓고 그 학생 안경 좀 해주라고 했어예. 갸가 군대 갔다 와서 우리집에 찾아와 인사하는데 참 반갑더라고예.”
교복 없는 학생에게는 교복을, 배곯는 이에겐 따뜻한 밥을, 옷 없는 사람에겐 옷을 사다 입히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남몰래 돌봄의 손길을 내밀어왔다. 2006년부터는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을 위해서 매달 장학기금을 후원하고 있단다.
“우리 며느리랑 같이 시청에 상 받으러 갔는데 며느리가 ‘어머니 진짜 대단하시다’하고, 사돈 부인도 우리 며느리 통해서 머플러 선물을 보내셨더라고예. 진짜 고맙지예. 우리 아저씨는 말이 없는 분인데 이번에 ‘당신 욕봤다’ 그러십디다.”
자식, 며느리, 남편 자랑에 연신 웃음이 쏟아지는 이희숙 여사. 어려운 이웃까지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 온 그의 ‘품 넓은 사랑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 있지 않을까?

더 베풀고 살라고 상 주셨을 거라 생각한다


15면-시민상이희숙 대상 

사진설명:35년째 시장통 골목 안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이희숙 씨<사진 가운데>가 제39회 자랑스러운 시민상 ‘대상’을 받았다(사진은 자랑스러운 시민상 시상식에서 친구와 며느리(오른쪽)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이번 제39회 자랑스러운 시민상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하나 있다. ‘대상’ 수상자가 기관이나 단체의 대표나 명망가가 아니다. 우리 이웃인 평범한 시민이다.
부산시장이 ‘자랑스러운 시민상’ 수상자들을 격려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부산과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시민들 덕분에 오늘의 부산이 있고 부산의 희망이 있다”고 말했듯이 더 많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 ‘자랑스러운 시민상’을 받게 되길 기대해 본다.
“더 열심히 베풀면서 살라고 저한테 큰상을 준 거 아니겠습니꺼? 손님도, 이웃도 다들 ‘우리 콩나물집 사장님은 받을 상을 받았다’라고 해주시는데 더 열심히 해갖고 손님들께 잘해드리고 서로 갈라먹고 살아야지예.”
원조콩나물비빔밥은 다른 집과 달리 무쇠 솥에 콩나물을 볶아서 밥을 내 오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콩나물을 삶아서 밥 위에 얹어준다. 양념은 간장, 마늘, 통깨, 참기름 같은 기본양념만 쓴다.
부산진역 5번 출구로 나와서 동구청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수정동 전통시장을 만난다. 시장통 오른쪽, 부산일보 건물 뒤편 골목 안에 있다.


글·원성만 


 

작성자
부산이야기
작성일자
2023-10-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31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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