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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눈물'에서 `청년 활력' 상징으로… 몰락했던 조선업 도시의 화려한 변신

세계 도시를 가다_③지산학 협력도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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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는 주력 산업이던 조선업 쇠퇴로 위기를 맞았지만 청년 인재 양성과 친환경 도시 구축으로 변신에 성공했다(사진은 말뫼 도시 전경. 오른쪽에 보이는 흰색 건물은 랜드마크인 터닝 토르소).
사진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단돈 1달러에 번영의 상징과 같았던 대형 크레인을 처분해야 했던 도시 말뫼. 말뫼는 위기에 함몰되지 않고 인재 양성과 친환경 도시 구축이라는 장기 목표 아래 꾸준한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대학 건립과 함께 청년이 돌아오고, 청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산학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창업 지원책을 벌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창업이 활발한 `젊은 도시'로 거듭났다.


단돈 1달러에 팔린 골리앗 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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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린 코쿰스의 대형 크레인.  사진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2002년 9월 25일. 스웨덴 사람들은 TV 앞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 화면에서는 한때 세계 최고의 조선회사라 불렸던 `코쿰스(KocKums)'의 대형 크레인 해체 장면이 구슬픈 장송곡와 함께 중계되고 있었다.


말뫼(Malmo)는 스웨덴의 작은 항구도시로 코쿰스의 본사가 자리했던 곳이다. 코쿰스는 1870년 설립 이후 세계 최초로 LNG선을 건조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1974년에는 소공동 롯데호텔 높이(138m, 38층)와 맞먹는 1천600t급 대형 크레인을 도입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1979년부터 몰아친 오일쇼크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조선업계의 비상과 함께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됐고, 1987년 마침내 문을 닫았다. 말뫼의 번영을 상징하던 대형 크레인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자리를 지키다 2002년 단돈 1달러로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시대를 풍미했던 코쿰스 크레인의 해체. 사람들은 이날의 광경을 `말뫼의 눈물'이라 불렀다.


침체한 도시, `청년'으로 활력 찾다
조선업의 쇠퇴와 함께 말뫼는 급속하게 침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코쿰스를 대체할 새로운 대규모 제조업 일자리를 원했다. 스웨덴 정부는 1989년 사브(Saab) 자동차를 유치했다. 그러나 사브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에도 만3년을 넘기지 못하고 1992년 문을 닫았다. 많은 사람이 도시를 떠났고 실업률은 20%를 넘어섰다.


말뫼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은 1994년 리팔루 시장 취임 이후부터다. 리팔루 시장은 도시재생을 위해 정부, 시민대표,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 `말뫼가 어떤 도시가 됐으면 좋겠는가'를 두고 열띤 논의를 벌였다. 말뫼를 먹여 살릴 산업 측면에서는 한층 더 신중을 기했다. 기업 유치에 섣불리 나서기보다 도시 내실 쌓기에 집중했다. `친환경 도시'라는 비전 아래 IT·바이오 등 신산업을 육성하는 `지식도시 구축'을 목표로 잡았다. 1998년, 첫 조치로 인재 양성과 청년인구 유입을 위해 옛 코쿰스 조선소 부지에 말뫼대학을 설립했다. 특히 시 외곽이 아닌 중심에 캠퍼스를 구축, 도시 어디에서나 젊은이들의 활력이 느껴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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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입의 요람이 된 말뫼대학. 사진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말뫼시는 청년이 졸업 후에도 떠나지 않는 생태환경 조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청년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대학 인근에 스타트업 육성 허브를 조성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창업지원센터인 `밍크(MINC)'와 `미디어 에벌루션 시티'다. 2002년 문을 연 `밍크'는 창업 단계에 따라 아이디어 단계인 `스타트업 랩', 신생기업 단계인 `인큐베이터', 성장 단계인 `밍크 스케일(Minc Scale)' 등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을 펼친다. 2020년 기준 인큐베이터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900여 개가 넘는다.
 

2004년 출범한 `미디어 에벌루션 시티'는 디지털 ALC 크리에이티브 산업 허브로 사무실, 회의실 등을 제공한다. 건축, 식품제조, 프로덕션 스튜디오,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자 약 500여 명이 입주 중이며, 입주 기업 간 지식 교환도 활발하다. 2019년 기준 말뫼지역 스타트업 일자리 창출은 6만여 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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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지원센터 `미디어에벌루션시티'. 사진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앞을 내다본 친환경 도시 구축  

대학 건설에 이어 말뫼시는 오랫동안 표류했던 `외레순 대교' 건설을 적극 추진해 2000년 7월 개통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과 5시간 거리에 있던 외딴 도시 말뫼가 덴마크 코펜하겐과 30분 거리로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코펜하겐으로의 인구 유출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많은 이민자가 말뫼로 몰려들었으며, 코펜하겐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세 번째로 말뫼시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산업 침체로 생활이 흔들리는 주민을 위한 주택단지 건설이다. 주거·양육·교육·여가·소비 등의 생활을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재생에너지와 지열로 에너지를 공급하도록 첨단기술을 도입했다. 친환경 도시 말뫼의 탄생이었다. 현재까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불리는 190m의 친환경 건물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도 이 시기 지어졌다.
 

오늘날 말뫼를 대표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이 물음에는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말뫼를 가득 채운 젊은이들과 스타트업이 말뫼를 대표한다. 말뫼의 발전은 한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인재 양성과 창업, 그리고 친환경 도시 구축에 이르기까지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친 나비의 비상처럼 오랜 준비를 거쳐 피어났다.
 

부산시도 말뫼와 같이 청년이 머무르며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산학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은 국립대 4곳을 포함해 21개의 대학이 있는 대학도시이니 말뫼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반짝이는 창의력으로 `젊은 도시'로 거듭날 부산의 미래를 기대한다.


※ 참고
- 김도은. 기업주도형 민관파트너십에 의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2021)
- 황세원. 쇠락도시 위기에서 탈출한 도시들. LAB2050 연구보고서(2020)
- 밍크(MINC)·미디어에벌루션시티 홈페이지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2-06-1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11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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