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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02호 전체기사보기

부산말의 유효기간은?

부산말의 올바른 이해

내용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 ① 부산말의 올바른 이해


언어와 지명은 역사와 인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부산시보 `다이내믹 부산'은 부산말이 지닌 가치와 지역 고유 지명이 가진 의미를 통해 부산시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높인다. 


2호 11면
부산말은 유효기간이 없는 무형의 자산이며 폐기할 수 없는 정신의 보물이다. 
 


미국의 작은 도시 리보모어의 한 소방서에는 1901년에 끼운 전구가 아직도 불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백 년 이상의 수명을 자랑하는 이 전구를 위해 매년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도 있다. 원래 전구의 수명은 반영구적이지만 수명을 1천 시간으로 제한한 것은 전구 생산업체가 지속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알고 보면 오래 써서 못쓰게 되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심리가 작용하거나 기업주의 실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방언 즉, 고향의 말은 유효기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뇌 과학자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과 감정, 판단을 좌우하는 신경 회로망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 경험한 언어와 문화에 따라 사람들은 뇌를 최적화시키면서 살아간다. 자주 접하고 경험한 신경망만 살아남고 그 외의 신경세포는 퇴화시켜 환경에 맞춰 나간다. 이런 이유로 고향의 말과 음식, 풍경은 언제나 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늘 익숙하게 떠올려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낯선 곳에서 다른 말을 새로 익히며 살더라도 고향의 말을 들으면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뇌에 최적화된 방언에 대한 인식이다. 

 

부산말도 부산사람의 뇌에 최적화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인위적인 조작이나 자발적인 폐기가 없는 한 우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이러한 기억은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초라함, 그리고 촌스러움으로 대별되는 방언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우리가 자발적으로 폐기하고 있으며 방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최적화 상태로 머물고 있는 영구적인 방언을 유효기한이 있는 물건처럼 다루고 있는 것이다. 마치 전구의 필라멘트 수명을 인위적으로 결정하듯 우리 스스로 방언의 유효기간을 만들고 빨리 처분해야 할 언어로 다루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 무엇도 우리의 기억을, 사랑을, 추억을 폐기 처분할 수 없다. 누가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일까? 좀 더 세련된 언어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에 동조하는 우리들의 인식도 한 몫 하고 있다. 최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 방언을 촌스럽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타 지역 사람들은 40%에 불과했는데 부산사람은 60%에 달했다. 부산사람 스스로 방언을 버려야 할 유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부산말은 유효기간이 없는 무형의 자산이며 폐기할 수 없는 정신의 보물이다. 예전에 노인이 돌아가시면 그 마을의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 없어진다고 했다. 방언 속에는 우리네 할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께서 간직하던 정서와 인식과 문화가 살아 있다. 여태껏 부산말을 이어온 이유도 그 속에 오랜 문화와 다양한 삶의 흔적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수명을 다해도 방언이라는 유효기간 없는 접착제는 할아버지 세대와 우리 세대를 면면히 붙여갈 것이다.



작성자
강아랑
작성일자
2022-01-2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0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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