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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가 가장 맛있는 계절, 지금은 가을

음식 속 부산__⑨명지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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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마을에서는 전어의 탄탄한 식감과 육즙의 풍성함을 즐기기 위해 '통 마리 전어 생선회'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 먹는다(사진은 명지식 전어 한 상 차림).


가을바람이 소슬해지면 슬슬 전어의 맛이 들기 시작한다. 전 국민이 좋아하는 가을 생선 전어. 부산 강서구 명지는 전어에 관한 한 자부심이 대단한 지역이다. 특히 명지 신포는 부산의 대표적인 전어 산지이다. 이곳에 들어선 명지시장이 1950~60년대부터 전어시장을 형성해 1970년대 후반부터 활어를 중심으로 생선회를 제공하고 있다.

글·사진 최원준/음식문화칼럼니스트


전국 최초 활어 전어회 보급 '명지시장'
명지시장 번영회 관계자에 따르면 명지시장은 1980년대부터 전국 최초로 전어를 활어 상태로 공수해 수족관에 살려두었다가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의 영업을 시작했다. 때문에 상인들의 전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전어는 전국 연안에서 어획되는 생선이지만 그중에서도 바다와 큰 강이 만나는 기수지역이나 갯벌 주변에서 산란, 서식하며 제 몸을 살찌운다. 그러하기에 부산 명지를 비롯한 서남해안에서 어획되는 전어가 달고 고소하다고들 말한다.

'국민 생선' 전어. 전어만큼 서민들 입에 오르내리는 생선이 또 있을까 싶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전어 대가리에 참깨가 서 말'이라는 '전어 맛'에 대한 이야기부터, 워낙 맛이 좋아 전어 파는 사람들을 돈방석에 앉혀준다고 '전어(錢魚)', 화살처럼 빠르게 물속을 다닌다고 '전어(箭魚)'라고 불리는 이름에 대한 일화까지 전어에 관한 이야기는 곳곳에서 전래해 왔다. 그만큼 서민들에게 친숙한 생선이라는 뜻일 게다.

전어는 여름이 한풀 꺾일 때쯤 남해 연안으로 올라와 먹이활동을 하다가, 가을바람이 소슬해지면 맛이 들기 시작해 찬바람이 들 때쯤 절정의 맛을 선사한다. 산란 철에는 기수지역의 개흙을 먹고 살다가, 가을이 깊어 수온이 떨어지면 개흙을 다 뱉어내면서 몸을 정갈히 한다.

그 때문에 낙동강권에서는 그즈음 전어를 비늘만 치고 내장 채 썰어서 회로 먹는다. 명지마을에서는 전어의 탄탄한 식감과 육즙의 풍성함을 즐기기 위해 '통 마리 전어 생선회'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 전어뼈회와 전어포회 뿐 아니라, 전어 통 마리를 두세 토막으로 넓적넓적 큼지막하게 썰어 먹는 '전어넙데기회', 깨가 서 말이나 들었다는 대가리를 안 버리고 쫑쫑쫑 쪼아서 먹는 '전어대가리회'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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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맛이 일품인 전어구이.


명지사람들이 전어를 즐기는 법
전어를 뼈째 썰어 먹는 전어뼈회는 씨알이 잘거나 맛이 덜 든 8월에 먹는 방법이다. 전어포회는 씨알이 크거나 전어의 맛이 제대로 들었을 때 먹는데, 명지에서는 전어포를 길게 썰어 먹는 '국수 썰기'로 즐긴다.

전어넙데기회는 전어의 진정한 맛을 통째로 느끼고자 하는 명지 토박이나 전문 식도락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회를 씹으면 씹을수록 짙고 구수한 육즙이 터져 나와 입안을 황홀하게 한다.

전어대가리회도 진정한 전어 꾼들만 먹는 방식이다. 깨가 서 말인 전어대가리를 콩된장을 얹어 꼭꼭 씹어 먹으면, 마치 부드럽게 말린 멸치처럼 향의 고소함이 물 밀듯 차오른다.

명지 토박이 김동일 씨는 "젊은 시절 신포 뱃머리에서 낚싯대로 전어를 심심찮게 잡았다"며 "낚시하다 보면 출출해지는데 그때 전어를 잡아서 회를 뜨고요, 회를 썰어 먹고 남은 대가리는 갈대 밑동으로 꿰어서 구워서 먹었는데,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맛"이라 설명한다. 이처럼 많은 명지 주민이 어릴 적 갈대로 전어를 구워 입이 시커멓게 되도록 먹었던 고소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명지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재료로 전어 쌈을 싸 먹기도 한다. 전어와 수확 철이 겹치는 10월 즈음에는 갓 채취한 낙동김으로 전어회를 싸서 먹는다. 늦가을 싱싱한 물김에 회를 싸 먹는 것이 명지에서 생선회를 즐기는 방식의 정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이외에도 전어 젓갈로 담근 묵은 김치에 콩 된장을 얹어 한 입 크게 싸 먹기도 한다.

음식으로 조리되는 다종다양한 식재료들 중에는, 특정 지방에만 생산되는 것이 있고 전역에서 고루 분포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어느 식재료로 음식을 했던 간에 한 지방의 향토음식은 이들 식재료를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조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가 그 지역 민속사와 식문화를 들여다보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전어만 해도 그렇다. 전국 전 연안을 가리지 않고 어획되지만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 조리법이나 먹는 방법들이 천차만별이다. 그중 명지처럼 철에 따라 먹는 방법이 다양하면서도 일목요원하게 망라되는 지역도 드물 것이다. 명지의 전어회 장만 방법은 자연 친화적이면서 식재료 고유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키고 보존해야 할 우리 부산 고유의 독특한 전어조리법이기도 하겠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9-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5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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