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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말을 나누고, 손으로 마음 나눈다"

부산&부산 사람 / 코로나19 정례브리핑 부산시 수어통역사들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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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구보다 바쁜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 브리핑 때 화면의 절반쯤을 차지하는 사람. 바로, '수어통역사'이다. 그들에게 대뜸 물었다. '영도구는 수어로 어떻게 표현하나요?' 코로나19 브리핑을 하다 보면 지역명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수어로 지역명은 어떻게 표현할까? 그러자 강에스더 수어통역사가 양손으로 영도대교가 다리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도구 상징이 영도대교인 점에 착안해 만든 지역 수어였다.
이처럼 수어는 지역 고유명사를 나타내는 단어가 있는가 하면 사투리도 수어로 표현할 수 있고, 국가마다 다르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화'라고 하지 않는다. 하나의 언어로 인식해 '수어'라고 한다. 한국어가 있듯이 수어도 따로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브리핑에 수어통역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자막이 있으니 수어통역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수어통역사가 없다면 농인들은 한국어를 마치 외국어처럼 해석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예를 들어 '발이 넓다'라고 하면, 넓은 인맥을 뜻하는 관용어지만 자막으로 본 농인은 '발이 크다'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결국, 수어통역사의 통역이 있어야 정확한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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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수어통역사들이 영어로 'I LOVE YOU'를 표현하고 있는 모습.



'수어' 하나의 당당한 언어
막힘없이 수어통역을 하는 이들이 있다. 부산시 코로나19 브리핑의 수어통역을 맡은 5명의 수어통역사이다. 수어통역 경력만 35년이 넘은 베테랑부터 4년 차 막내 통역사까지 다양하다.
이들을 처음 만나면 특이한 점 두 가지를 발견한다. 첫 번째는 어두운색 옷을 입고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과 표정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수어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글로 따지자면, '가독성'을 높이는 거다. 반짝이는 장신구나 화려한 색, 패턴이 들어간 옷을 입지 않는다. 농인을 위한 수어통역사의 노력이다.
수어통역사는 브리핑을 수어통역할 때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인다. 잘못된 수어통역이 부산의 2만3천여 명 농인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브리핑 통역 시 자료를 미리 제공받아서 통역 연습을 하고는 있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실시간 수어로 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요구된다. 그래서 평소에 뉴스나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한다.
수어통역사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더 있다. 수어통역이 텔레비전 화면 오른쪽 작게 나오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화면 절반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수어통역사의 작은 실수가 실시간으로 전국에 퍼질 수 있다. 정정 방송을 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농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동안 농인들이 TV로 수어통역을 보려면 작은 수어통역 장면을 보기 위해 눈이 아팠다고 한다. 이제는 답답한 화면이 아닌 남들과 똑같이 TV에 나오는 정보들을 크게 볼 수 있게 돼 시원함을 느낀다고 한다. 코로나19 브리핑을 하는 유튜브 실시간 댓글에 농인의 참여도 늘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수어통역사, '당당한 전문 직업인'
자연스럽게 수어통역사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늘었다. 코로나19 브리핑이 거의 매일 있다 보니, 수어통역사를 알아보는 시민도 생겼다. 음식점이나 상점에 가면 감사 인사하는 시민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사인 요청을 받기도 한다. 수어통역사는 '좋은 일을 하던 사람'에서 통역을 하는 '전문 직업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어통역사가 되는 방법을 묻는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어통역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우선, 국가 공인 수어통역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1차 필기시험, 2차 실기시험, 3차 연수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응시 요건은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시험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험 난이도는 매우 높아서 평균 2∼3년은 공부해야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수준이다. 수어통역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현장을 뛰기는 힘들다. 수어도 하나의 언어이기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 영어 공부를 했다고 곧바로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농인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어통역사처럼 수어를 못 하니 말이다. 수어통역사는 '특별함을 보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냥 평범한 이웃처럼 똑같이 마주하는 것이다. 제스처와 입 모양을 크게 하면 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이웃일 뿐이다.
글·김동현 작가


 

작성자
이귀영
작성일자
2021-01-29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10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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