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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12호 전체기사보기

매축지마을, 어둠 벗고 근대 부산 기억 간직한 곳으로

세월 비켜간 듯 1970년대 풍경 간직
유명세 타면서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내용


32면_시네 부산(3)_ 영화 `아저씨'와 매축지 마을 타이틀
매축지마을(부산 동구 성남삼로 18번길 일대)은 시간의 흐름이 비켜간 듯한 오래된 마을이다. 과거 부산진 해안을 메워 만들어 `매축지'(埋築地)라고 불린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군수물자를 옮기기 위해 조성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후 만주지역으로 보낼 각종 군수물자를 모아놓기 위해 이곳에 막사와 마구간을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과 6·25전쟁의 상흔 위에서 마을은 만들어졌다. 부산으로 쓸려오듯 내려온 피란민은 거주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매축지마을 마구간을 칸칸이 잘라 생활공간으로 이용한 것이다. 


터널·육교 지나 옛 풍경 만나다

도시철도 1호선 좌천역 4번 출구에서 나와 마을로 가는 길은 쉽고 어렵다. 쉬운 이유는 매축지마을이 여행 명소로 떠오르면서 도시철도 출구를 나와 만나는 누구에게라도 길을 물으면 쉽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쉽게 찾은 마을은 독특한 구조와 매력으로 이곳을 찾은 여행자를 길을 잃고 헤매게 한다. 매축지마을이 만들어지고 지속되어 온 과정과 시간이 이 작은 마을을 닿기 어려운 섬으로 만든다. 


매축지마을은 슬프고, 아름답고, 깊고, 아프다. 쉽고 어렵다는 형용모순은 이 마을이 간직하고 있는 깊이이기도 하다. 미학적으로 충돌하는 개념들은 과거에서 시작되어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곳의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지금도 새롭게 거듭되고 있다. 그것은 영원회귀이며, 몰락과 부활이기도 하다. 매축지마을이 영화 촬영 명소를 넘어 핫플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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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축지마을의 유래를 적은 표지판. 사진제공·국제신문


매축지마을이 이름을 알린 것은 영화 덕분이다. 영화 `마더' `아저씨' `하류인생' `친구' 등 여러 영화를 촬영했다. 특히 이정범 감독이 연출한 2010년작 영화 `아저씨'가 누적 관객수 617만8천665명을 기록,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요 공간이 된 매축지마을은 명소로 떠올랐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일하던 전당포 씬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시간이 멈춘 마을, 이젠 추억 속으로

매축지마을이 영화 촬영장소는 물론 사진작가들의 출사 장소로 유명한 이유는 1970∼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마을 풍경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이제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지난 1990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이제 매축지마을을 둘러보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을 동쪽에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을 규모가 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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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축지마을의 마굿간이었던 흔적인 화재 알림 종.


좌천역 4번 출구를 나와 지하차도를 지나간다. 어둑어둑한 지하도를 지나 청호슈퍼와 양화슈퍼 두 개의 `점빵' 사잇길로 직진. 양화점까지 지나가면 육교와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여기서부터가 매축지마을의 입구다. 계단을 오르면 매축지마을과 인연이 깊은 영화의 포스터들이 한 장씩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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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축지마을 육교에 그려진 영화 포스터들.


육교를 내려오면 매축지마을 지도가 눈에 들어온다. 지도의 오른 쪽 4개 블록은 이제 사라졌다. 영화 아저씨 안내판과 촬영지, 매축지 문화원, 영화 `친구' 촬영지는 아파트 공사 가림막 너머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도 70∼80년대의 풍경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로처럼 뻗어있는 좁은 골목 사이로 빨랫줄이 널려 있고, 김치찌개 끓이는 냄새가 오래된 `슬라브'집의 벽과 벽을 넘어 이웃집 창문 틈새로 스며든다. 레트로라는 유행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이곳의 풍경은 낡고 오래됐으나 낡고 오래된 것들에게 깃들어 있는 축적된 시간의 풍경이 이곳을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곳으로 만들었다. 

그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태식과 소미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던 그 공간과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20-12-02
자료출처
다이내믹부산
제호

다이내믹부산 제2020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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